- 실내장식업 등록을 한 빌트인 가구회사가 아파트 시공사에게 제공한 빌트인 가구 제조 및 설치를 건설 하도급으로 볼 수 있는가? 건설산업기본법상 재하도급 금지의무를 부담하는가?
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제3항에 의하면 건설 하수급인(특히 전문건설)은 하도급받은 건설공사를 재하도급할 수 없다는 ‘재하도급금지’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5조는 적법한 면허가 없는 업체에 대해서는 재하도급을 줄 수 없다는 ‘무허가 재하도급 금지’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제2항에서는 위반할 경우 1년 이내의 영업정지나 하도급금액의 30%에 해당하는 과징금(영업정지에 갈음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1회 적발시 보통 과징금부과처분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별표 6에 의하면 ‘과징금부과처분을 받은 날로부터 3년 이내 같은 위반행위를 하면’ 무조건적으로 영업정지처분을 하도록 되어 있다. 더하여 일괄하도급행위(건설산업기본법 제29조 제1항), 전문건설공사의 하도급금지행위(제29조 제2항), 재하도급 금지행위(제29조 제3항)를 하여 처분을 받은 뒤 5년 이내에 2회 이상 다시 위반하면 무조건 등록말소를 하게 되어 있다(건설산업기본법 제83조 제7호). 그 외에도 3년 이내 아울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건설산업기본법 제96조 제4호). 통상 관할 지자체에서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한 후에 경찰에 수사의뢰하여 형사처벌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등록말소를 당하면 회사가 당연히 망한다. 영업정지를 받아도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당연히 불법재하도급을 하면 안된다. 그런데 현실이 반드시 그런가요? 이런 일이 종종, 아니 자주 발생한다. 특히 아파트 등 시공현장에서 빌트인 가구 제조 및 설치 하도급과 관련하여 최근 이런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건설산업기본법상 재하도급 금지의무는 건설공사에만 적용되므로 만약 빌트인 가구 제조 및 설치가 건설공사가 아니라 제조위탁이라면 처벌을 벗어날 수 있다. 먼저 문제되는 ‘위탁’이 건설공사 ‘위탁’인지를 살펴야 한다. 특히 아파트 등 공사의 빌트인 가구 설치에서 업체측에서는 가구 제조위탁(설치에는 건설적 요소가 없다)에 해당할 뿐 건설공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반면 관할 구청 등에서는 실내장식건설면허를 가진 업체의 행위이므로 건설공사라는 입장이 대립하여 현재 문제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가구를 제조하여 단순 공급, 배치하는 행위는 건설공사가 아니며, 여기서 나아가 시공기술을 수반한 설치가 수반되어야 건설공사’라며 면허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공사의 실질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2024. 9. 3. 유권해석).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조위탁물품고시는 사업자가 건설을 업으로 하는 경우 ‘건축공사에 설치되는 부속시설물로서 규격 등을 지정한 도면, 시방서 및 사양서 등에 의하여 주문한 것(신발장, 거실장, 창틀 등)’은 제조위탁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고시는 한정적・열거적인 것이므로 이에 해당하지 않으면 제조위탁의 성격을 가진 것이라도 제조위탁으로 볼 수 없다. 서울고등법원 2017. 12. 15. 선고 2016누80832 판결은 같은 취지에서 ‘창호제작 및 설치계약이 전체적으로는 납품계약의 성질을 가지므로 건설하도급이라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국토교통부가 건설위탁으로 보는 기준에 대하여 내린 유권해석인 ‘시공기술을 수반한 설치가 수반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신발장·거실장·창틀의 설치는 특별한 시공적 요소가 없기 때문에 고시와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아파트 신축공사에 설치는 빌트인 가구의 경우에는 설치되는 빌트인 가구가 워낙 다양할 뿐만 아니라 설치 공정 중에는 제조된 가구를 벽에 드라이버를 이용해 고정시키거나 바닥 공정 등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시공기술을 수반한 설치’가 있는지 여부가 모호하다. 뿐만 아니라 ㈜넵스 등 빌트인 가구사업자들은 시공사들과 거래의 편의를 위하여 건설업인 ‘실내장식업’ 등록을 하고 형식적이지만 ‘건설표준하도급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하고 공사내역을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하도급사항 보고’를 하는 등 ‘형식적으로는 건설하도급의 형태’를 띄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종전에 빌트인 가구 설치를 재하도급을 주었다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과징금부과처분을 받은 전력들이 있어, 건설위탁으로 판단될 여지가 많은 상황이었다. 실내장식업 등록을 한 ㈜넵스가 대우건설 등 아파트 시공사로부터 빌트인 가구 제조 및 설치용역을 하도급받은 다음 그 설치에 대하여 재하도급하는 것과 관련하여 2년 전에 재하도급으로 과징금부과처분을 받고도 또다시 재하도급으로 적발되어 강남구청으로 ‘영업정지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하여 ㈜넵스는 빌트인 가구 설치에는 시공적 요소가 없어 건설하도급이 아니라며 영업정지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였다. 그 과정에서 필자는 ㈜넵스를 대리하여 공정거래위원회에 ‘건설위탁’에 대하여 해당하는지 유권해석을 신청하였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넵스가 대우건설 등과 건설하도급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제조위탁에 해당하며 넵스가 실내장식업 등록을 한 회사에서 설치를 재하도급했다 하더라도 이 역시 건설위탁이 아니라 노무위탁이다’는 유권해석을 하였다(2025. 5. 22.자 공정거래위원회 유권해석 2AA-2504-0403597). 이 유권해석 때문인지 서울행정법원 2025. 10. 23. 선고 2024구단80593 판결은 ㈜넵스는 건설위탁을 받아 건설위탁을 준 것이 아니라며 강남구청의 영업정지처분을 취소하였고 동 판결은 확정되었다. 참고로 이 사건에서 필자가 ㈜넵스를 대리하였다. 개별적·구체적 사안에서는 다를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아파트 시공사를 위해 빌트인 가구를 제조·설치를 위탁받은 경우 일반적으로 건설위탁이 아니므로 건설산업기본법상 규제를 받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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