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지도 반출 진짜 목적… ‘길 안내’ 아닌 AI 데이터 학습”11일 국회서 ‘정밀지도 구글 반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산업계 “대체 불가능한 종속 상태로 국내 플랫폼은 고사” 공간정보정책 ‘컨트롤 타워와 싱크탱크’ 구축 필요성 제기
매일건설신문=조영관 기자 | ‘구글 지도 반출’ 조건부 허가 결정에 대한 향후 대응책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정부와 산업계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산·학·연 측에선 AI(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한 반면, 정부 측에선 “공간정보산업의 그릇을 키워야 한다”며 국내 산업계의 구조적 문제에 따른 반출 타당성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공간정보업체의 한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지도 반출 허가 결정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했고, 향후 행정심판(행정소송)도 제기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다른 공간정보기업 대표는 “정부가 구글 꼼수를 눈감아 줬다”며 조건부 허가 결정의 이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구글이 ‘내비게이션(길 안내) 지도’의 목적으로 1/5000 지도의 반출을 요청했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목적이 있다는 취지다. 현재 국토부는 구글 지도 반출 허가 결정 이후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미국 애플 사가 요청한 지도 반출 처리 기간은 연장한 상태다.
◇ 거대 공간정보 싱크탱크 필수, 집중 투자 기금 조성해야
이날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정밀지도 구글 반출, 이대로 괜찮은가?’ 긴급진단 토론회는 조건부 허가 결정에 대한 향후 대응책 마련 취지에서 진행됐다. 이날 발제에 나선 임시영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빠른 대응 방안을 마련해서 어떠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로 논의의 초점이 옮겨져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구글에 지도 반출 시 국내 산업계는 197조 원 상당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과 관련해서는 “위기와 기회는 동반한다”며 “필요한 부분을 즉각 보강해야 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임 부연구위원은 장기적 대응 방안으로 공간정보정책 ‘컨트롤 타워와 싱크탱크’의 구축, 사업과 예산 확보를 제시했다. 공간정보산업은 단일부서가 이끌기에는 너무 광범위하게 연결된 생태계인 만큼 현재 국토교통부의 정책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축·유통·활용·제도 전반을 횡단하는 거대 싱크탱크가 필수라는 것이다. 임 부연구위원은 “단발성 사업을 지양하고 혈관에 피를 공급하듯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플랫폼의 성격을 띠는 공간정보는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R&D(연구개발)가 필수적이므로 전국 단위 검증 사업과 지역적 혁신 도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집중 투자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 국내 플랫폼 고사… AI 학습 부분 조건 명문화 필요
구글 지도 반출 허가에 대한 연구계의 ‘중립적인 입장’과는 달리 업계와 학계에서는 정부에 ‘데이터 주권 확보’를 요구하고 나섰다. 안종욱 대한공간정보학회 회장(안양대 교수)은 “정부는 정확히 어떤 조건으로 어떤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하는 것인지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타당한 조건으로 적정수준의 데이터가 반출되는 것인지 알 수 있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안종욱 회장은 이어 “워낙 AI 기술 발전이 빠르기 때문에 1년 안에는 구글이 자체적인 (공간정보 데이터) 생산체계를 갖출 것으로 생각한다”며 “자체적인 생산체계를 만들게 되면 우리가 제시한 허가 조건에 대해 빠져나가는 꼼수를 부릴 수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것까지 조건부 항목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AI 학습 부분에 대한 조건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천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회장은 “데이터 검증 과정의 민간 산업의 참여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산업계와 글로벌기업 간 협력 구조를 체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지도를 통제할 수 있는 국가가 AI 시대를 주도하게 된다”며 정부의 이번 지도 반출 조건부 허가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김인현 대표는 “구글의 지도 반출 목적은 길 안내(내비게이션 지도) 목적이 아닌 AI 학습일 것”이라며 “구글의 전략은 데이터 수집에서 플랫폼 지배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구글은 방대한 데이터 축적으로 AI 모델 고도화를 가속화하고, 우리나라는 데이터 주권을 상실할 것이라는 취지다. 김 대표는 지도 반출에 따른 향후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대체 불가능한 종속 상태로 국내 플랫폼은 고사할 것”이라며 “국내 기업의 단순 (구글) 하청 기지화가 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 “공간정보 데이터 활용·서비스 대응 미흡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산·학·연 토론자들은 정부 측에 다양한 대응책 마련을 제시했지만 정부 대표로 참여한 국토부 관계자는 ‘거시적 차원의 원론적인 답변’을 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구글 지도 반출 논의(협의체)를 주도한 국토부 공간정보제도과 김태형 과장은 “구글이 1/5000 지도의 반출을 요청한 것은 그만큼 우리가 구축한 데이터가 좋다는 방증일 것”이라며 “지도 구축에 이어 활용이 2010년 당시에는 주요 화두였는데 그동안 우리가 산업정책을 놓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공간정보 탑 티어’로 불리는 기업들은 공간정보를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결국 이를 활용하고 서비스하는 기업이다”며 “앞으로 GeoAI 등 최신의 공간정보를 개발해야 하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글이 지난 2007년 최초로 우리 정부에 1/5000 축척 지도 반출 요청했지만 이후 19년간 국내 공간정보 산업계는 공간정보 데이터에 대한 활용과 서비스에 대한 대응은 미흡했다는 취지로 풀이됐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김인현 대표는 “이번 지도 반출 협의체에 운영에 대해 (정부에) 정보공개 청구도 했고, 행정심판도 요구를 할 것”이라며 “현재 국토지리정보원장이 공석인데도 협의체 논의를 거쳐 반출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도 반출 반대를 주장하던 민간전문가가 정부의 ‘반출 허용’ 분위기 기조 속에 반발하며 협의체에서 사퇴한 이후 지난달 27일 진행된 ‘지도반출협의체’ 회의에는 다른 민간전문가 2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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