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화재 시 승객혼란 우려에도… 철도공단, 신규노선만 ‘피난유도시스템’ 적용

철도공단, ‘터널기계설비 개량공사(구간환기개선사업)’ 진행

조영관 기자 | 기사입력 2026/02/13 [14:24]

터널화재 시 승객혼란 우려에도… 철도공단, 신규노선만 ‘피난유도시스템’ 적용

철도공단, ‘터널기계설비 개량공사(구간환기개선사업)’ 진행

조영관 기자 | 입력 : 2026/02/13 [14:24]

분당선·일산선·과천선 터널 송풍기 등 교체… 600억 원 투입

2016년 감사원 “비상탈출구까지의 거리만 표시해서는 안돼”

기존 기계설비만 교체… 일각 “‘배연설비 연동 시스템’ 적용해야”

 

▲ 지난 2023년 9월 8일 경기 성남시 율현터널에서 테러에 의한 터널 내 고속열차 화재 사고 대응을 주제로 열린 ‘READY Korea 훈련’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사진 = 에스알)  © 매일건설신문

 

매일건설신문=조영관 기자 | 국가철도공단이 기존 철도터널을 대상으로 ‘터널기계설비 개량공사(구간 환기 개선사업)’를 진행 중인 가운데 터널 화재사고 시 승객 대피를 도울 수 있는 ‘배연설비 연동 피난 유도 시스템’은 적용되지 않아 사업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감사원은 이 시스템과 관련, ‘터널 방재시스템 설계 불합’ 취지의 감사 결과를 통해 철도공단에 일부 터널에 대한 시스템 설치를 통보하기도 했는데 철도공단은 현재 신규 건설 노선의 터널에만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의 철도터널이 ‘승객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16년 6월 감사원은 ‘수도권고속철도 건설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국가철도공단(전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율현터널 화재발생 시 비상탈출구 방향으로 승객을 대피시킬 수 있는 유도표지 시스템을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취지의 감사결과를 내놨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철도공단은 율현터널(수도권고속철도) 내부에서 화재 발생 시 승객의 대피방향을 알 수 있게 하는 유도등 및 유도표지 시스템을 설계하면서 승객대피 시나리오 등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가장 가까운 비상탈출구까지의 거리만을 표시하는 ‘거리표시등’만 설치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감사 결과는 화재발생 시 안전한 승객대피 유도방향과 터널에 설치된 거리표시등의 승객대피 유도방향이 다를 수 있어 승객대피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감사원 지적 이후 철도공단은 2017년 ‘장대터널 배연설비와 연동되는 피난유도시스템 개발 연구 용역’을 진행했고 적정 시스템 구축 방안을 도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터널 내 거리표시유도등은 상시 점등상태로 좌우방향을 동시에 표시하고 있어 승객들로 하여금 피난 방향에 혼돈을 줄 수 있는 상황인데 이를 해소한다는 취지에서다. 앞선 감사원의 지적도 이같은 맥락이었다.  

 

당시 철도공단 보고서의 연구결과는 거리표시유도등을 반으로 나누어 배연(排煙) 방향의 거리표시유도등을 소등하고 피난방향의 거리표시유도등만 점등되도록 배연설비와 연동해 제어시스템을 구성한다는 내용이었다. LoRa(Long Range·사물인터넷 전용 LPWA(Low Power Wide Area) RF 통신기술) 무선통신방식으로 개별 거리표시유도등에 대한 소등명령이 전송돼 안전한 피난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배연설비 운전모드와 거리표시유도등을 연동하는 ‘배연설비 연동 피난유도 시스템’을 도출한 것이다. 당시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이 시스템을 배연설비가 구축된 모든 터널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활용하고자 한다”고도 제시했다. 

 

연구용역을 통해 ‘LoRa 무선통신방식 피난유도시스템 구축 방안(배연설비 연동 피난 유도 시스템)’을 도출한 철도공단은 2022년 12월에는 ‘터널내 전선로 및 조명설비’ 설계 편람을 개정하기도 했다. 이 편람의 탈출구 표지 항목에는 ‘LoRa 무선통신 방식 적용’과 ‘터널 배연설비 관제실(방재센터)내에 서버, 모니터링PC 등 감시제어시스템 구축’ 등의 지침이 담겼다. 설계 편람은 설계자가 설계 시 고려·준수해야 할 사항을 발주청이 구체적으로 기술한 설계지침서다. 철도공단이 앞선 연구용역을 통해 도출한 ‘LoRa 무선통식방식 피난유도시스템의 적용’을 구체화하는 한편 향후 시스템 적용 확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철도공단은 ‘LoRa 무선통식방식 피난유도시스템’을 신규 건설 노선의 터널에만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율현터널에 대한 피난유도시스템 적용도 감사원 지적 후 8년 만인 2024년 말에서야 준공됐다. 이런 가운데 철도공단은 지난 2022년 9월부터 분당·일산·과천선을 대상으로 ‘터널기계설비 개량공사(구간환기개선사업)’를 진행하고 있다. 터널의 노후화된 소음기, 송풍기(환기팬), 환기댐퍼 등의 기계설비를 교체하는 사업으로 총 600억 원 가량이 투입된다. 최근 철도공단은 과천선 금정~남태령 터널기계설비 4공구 개량공사를 비롯해 4개의 사업을 발주하고 낙찰자를 선정하기도 했다. 향후 기존 철도 터널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신규노선의 터널에는 ‘LoRa 무선통식방식 피난유도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는 반면 정작 철도 터널 안전을 제고한다는 취지로 진행하고 있는 터널기계설비 개량공사에서는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반쪽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철도공단은 앞선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원주강릉선 대관령·둔내·백운·박달터널, 수도권고속철도 율현터널에 이 시스템을 적용한 데 이어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등 신규 노선으로 확대하고 있다. 

 

철도공단 SE융합본부 에너지인프라처 관계자는 13일 본지 통화에서 “최소 길이 5km 이상인 장대터널과 달리 짧은 철도터널의 경우 환기팬(송풍기)이 설치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환기팬이 있다고 해서 ‘배연설비 연동 피난 유도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도 아니다”면서도 “다만 터널기계설비 개량공사 부서 차원에서 시뮬레이션에 따라 시스템 설치가 필요하다고 요청이 온다면 설계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뮬레이션에 따라 각각의 터널기계설비 개량공사 설계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기존의 국내 철도터널 내 거리표시유도등은 상시 점등상태로 좌우방향을 동시에 표시하고 있는 상태다.

 

철도 재난 안전 분야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터널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할 경우 제대로 된 대피경로 안내가 되지 않는다면 터널의 길이와는 상관없이 승객들은 큰 혼란을 느끼고 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터널기계설비 개량공사 시 피난유도시스템 설계 적용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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