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간정보 품질 향상의 최후 보루인 공간정보품질관리원이 ‘호봉제 임금 역전 현상’으로 출범 후 지금껏 ‘임직원 직급 승진’ 인사를 시행하지 못했다고 한다. 조직 운영의 기본은 ‘인사’이고 인사는 능력에 따른 합당한 대우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동안 관리원 직원들에게 과연 업무 동기부여는 됐을지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이 같은 상황은 조직의 기본마저 무너졌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원장과 임원 등 경영진 차원에서 각성할 일이다.
공간정보품질관리원에서 직원 간 임금 역전 현상이 벌어지게 된 것은 기존 공간정보산업협회에서 맡던 ‘공공측량 성과심사’ 업무가 지난 2019년 분리돼 관리원으로 이관되면서다. 당시 협회에서 성과심사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은 관리원으로 승계됐는데 협회에서 호봉제 임금을 받던 일부 직급의 직원들의 호봉을 인위적으로 깎은 게 문제의 발단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기존 4급 직원의 임금은 9호봉을 깎고, 5급은 3호봉을 삭감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 상황에서 5급 직원을 4급으로 승진시킬 경우 기존에 더 오래 일한 4급 직원보다 임금을 더 받게 된다는 게 문제의 핵심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승진 인사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것이다.
공간정보품질관리원 직원들 사이에서는 승진 인사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한다. “하급직원들의 불만이 엄청나다”는 전언이다. 한 공간정보품질관리원 관계자는 “현재 임금체계 문제 때문에 5급을 4급으로 승진시키면 기존 4급 직원보다 월급이 높아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고 했다. 다른 직원은 “협회에서 분리됐을 당시 관리원 자금 사정이 어려우니, 넘어오는 직원들이 새로운 계약을 통해 원래 협회에서 받았던 호봉을 깎았던 것”이라며 “관리원 운영이 어느 정도 정상화되면 문제가 정리될 줄 알았는데, 정상화되기 전인 2021년 갑자기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문제를 정리할 새도 없이 호봉이 그대로 묶여버린 것”이라고 했다.
물론 공간정보품질관리원의 출범과 공공측량 성과심사 업무의 이관이 지난하고 어려운 과정이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출범 당시 공간정보품질관리원의 예산은 고작 수천만 원 수준이었다고 한다. 당장 기관의 정상적인 운영부터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협회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 호봉이 높았던 직원들이 조직을 위한 마음에서 자진해 ‘호봉 삭감’에 나선 배경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더구나 2021년 기타 공공기관에 지정되면서 기재부의 ‘총액인건비제’로 임금총액이 묶이면서 ‘호봉제 문제 해결’이 난망해진 점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2019년 국토교통부로부터 (재)공간정보품질관리원 설립 허가를 시작으로 이사회를 거쳐 이듬해 1월 공식 출범한 이후 기타 공공기관에 지정되기까지 2년여 간 ‘호봉제 교착상태’를 해결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했다는 점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그렇게 어려운 문제였다면 회계 및 인사 관련 외부 전문가들의 자문이라도 받아 해소했어야 할 일이다. 관리·감독기관인 국토지리정보원과 공간정보품질관리원 경영진은 이 같은 시도를 안 했나 못 했나.
공간정보품질관리원 노사는 이 문제와 관련해 수차례에 걸쳐 논의를 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어떤 대책이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이참에 인사와 회계 전반에 대한 외부 전문가 점검에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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