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잘못 없는데 보증 취소… 공정위 “HUG 약관 시정해야”‘개인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보증약관’ 14조 수정·삭제 권고
[매일건설신문 조영관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임대보증금 보증 약관’에 대한 ‘시정권고 처분’을 받았다. 개인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보증약관에 따라 임차인의 잘못이 없어도 보증이 취소되고 있는 만큼 해당 불공정 조항을 수정·삭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HUG의 ‘개인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 보증 약관’을 심사해 보증 취소 관련 조항을 시정하도록 권고했다고 5일 밝혔다. 시정권고 대상 조항은 민간임대주택의 임대인(주채무자)이 사기 또는 허위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거나 이를 근거로 보증을 신청한 경우 임차인(보증채권자)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HUG가 보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민간임대주택 임대사업자는 임대보증금에 대한 보증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이 보증계약에 따라 임대사업자가 계약종료 이후 임차인에게 임대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HUG 등)이 임차인에게 해당 금액을 지급해 주는 구조다.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주택임대차 계약 관련 정보가 부족한 임차인을 상대로 한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전세계약 종료 후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25일 기준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전세사기피해자등’으로 인정된 누적건수는 2만3730건에 달한다.
일례로 부산에서는 1명의 임대인이 소위 ‘무자본 갭투자’로 주택 190가구를 매입해 4년간 임차인 150여 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190억여 원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HUG가 개인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보증약관의 부당한 보증취소 조항을 근거로 보증을 취소함에 따라, 부당하게 임대보증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신고가 있었다. 피해자들 중 일부는 HUG와 전세보증금 지급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HUG의 개인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보증약관 제14조(사기행위에 대한 특례)는 ‘공사는 주채무자, 보증채권자 또는 대리인이 사기 또는 허위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거나 이를 근거로 보증을 신청한 경우에는 보증을 취소할 수 있으며, 보증채무 이행을 신청한 경우에는 보증채무 이행을 거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이 약관에 따르면, HUG의 보증채무는 보증서 발급 시에 유효하게 성립하고, 민간임대주택법령의 규정에 따라 임대인으로부터 보증서 사본을 전달받는 임차인은 임대인의 채무불이행 시 HUG로부터 보증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기대를 갖게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문제가 된 제14조 조항에 따르면, 이러한 기대가 임차인의 잘못 없이도 임대인의 귀책사유만으로 깨지게 되는 만큼 해당 조항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약관법 제6조제2항제1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또 해당 조항은 보험계약자의 사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더라도 피보험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없다면 보험자가 보험금액을 지급하도록 한 ‘상법’ 규정(제726조의6제2항)의 취지에도 반하는 만큼 이는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고, 사업자에게 법률상 부여되지 않은 해지권을 부여하는 조항(약관법 제7조제2호 및 제9조제2호)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뿐만 아니라, 해당 약관조항은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민간임대주택 제도의 목적에도 맞지 않고, 보증계약에 따른 임차인의 기본적 권리(보증금을 반환받을 권리)도 제한한다”며 “따라서 이는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약관법 제6조제2항제3호)에도 해당한다”고 밝혔다. HUG와 유사하게 임대보증금에 대한 보증을 제공하는 다른 기관의 약관에는, 사기로 인해 계약이 취소되는 경우라도 임차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으면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이번 시정권고에 따라 HUG가 불공정약관을 시정하면, 향후 임대인의 잘못으로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선의의 임차인이 보증을 통해서도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는 “단, 공정위 약관심사는 이미 체결된 계약관계를 소급해 무효로 하는 것은 아니며, 사업자가 향후 계약 체결 시 문제된 약관조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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