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건설에 과징금 97억원… 총수일가 계열사에 일감몰아줘공정위 “총수일가 소유 계열회사 공동도급 방식, 합리적 사유 없어”
[매일건설신문 조영관 기자] 시공능력평가 순위 15위의 종합건설회사 제일건설(주)이 공공택지 아파트 건설 사업에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97억 원 부과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제일건설이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총수일가 소유의 계열회사인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에게 상당한 규모의 공사 일감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이제이건설은 제일건설의 총수일가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으며, 제이아이건설은 2017년부터 제이제이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제일건설과 그 종속회사의 자산총액은 약 3.9조 원 수준으로, ‘제일건설’ 그룹은 중견 기업집단으로 꼽힌다.
제일건설은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시행사업) 및 건설(시공사업)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회사로, 소위 ‘벌떼입찰’ 등을 통해 확보한 공공택지에 ‘풍경채’라는 브랜드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을 해왔다. ‘벌떼입찰’은 추첨 방식으로 공급되는 공공택지 분양 입찰에 다수의 계열사 및 비계열 협력사들을 동원해 참가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추첨으로 공공택지를 공급하는 경우 1순위 청약 자격을 충족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실시해 공급대상자를 결정하는데, 2016년 8월부터 1순위 청약 자격을 강화해 ‘최근 3년간 300세대 이상의 주택건설 실적’을 요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일건설은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이 건설실적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증대할 수 있도록 자신이 시공권을 확보한 공공택지 개발사업 총 7건(제이제이건설 4건, 제이아이건설 3건)에서 합리적인 사유 없이 제이제이건설 또는 제이아이건설을 공동시공사로 선정해 공동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상당한 규모의 공사 일감을 제공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제일건설은 그룹 내에서 아파트 시공사업을 단독 수행할 수 있는 신용등급과 시공능력을 갖춘 유일한 건설사로서 그룹 차원에서 확보한 공공택지 개발사업의 시공권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확보하고 있었다”면서 “반면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제일건설로부터 하도급을 받거나 소규모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수준에 불과해 아파트 건설공사를 수행할 시공역량이 없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어 “이러한 지원행위를 통해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상당한 규모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었으며, 주거용 건물 건설업 시장에서 경쟁상 지위를 크게 강화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제이제이건설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위반기간 동안 1,574억 원의 시공매출과 138억 원의 시공이익, 제이아이건설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위반기간 동안 848억 원의 시공매출과 107억 원의 시공이익을 획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반기간 동안 각 지원객체가 이 사건 지원행위로 거둔 시공매출이 총시공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이제이건설은 83.3%, 제이아이건설은 49.3%에 육박했다. 총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제이제이건설은 20.9%, 제이아이건설은 12.8%에 달했다. 또한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제이제이건설은 2016년 1337위에서 2020년 205위로, 제이아이건설은 2017년 546위에서 2023년 405위로 크게 상승했다.
공정위는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이 사건 지원행위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건설실적을 확보함으로써 공공택지 분양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며 “공공택지 1순위 청약자격 요건인 3년간 300세대 주택건설 실적을 손쉽게 충족시킬 수 있었고, 실제로 각각 공공택지 추첨에 당첨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