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선 철도’ 공사 영향?… 인근 주민 “건물 언제 무너질지 몰라 불안”지반 침하 ‘동북선 도시철도 공사장’ 인근 고시텔 현장 가보니“고시텔 지반 밑에서 ‘쾅’… 20억 건물이 발파 이후 가치 뚝” 주민, 동북선 지하터널 원인 주장 “시공사, 안전 보강·보상해야” 1공구 시공 금호건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에 원인 진단 의뢰” 서울시 “동북선철도(주)에 보강 여부와 민원 처리 유도 노력”
[매일건설신문 류창기 기자] 금호건설이 시공 중인 ‘동북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 1공구 현장의 영향으로 주변 건물에서 균열이 발생했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할 실정”이라며 시공사 측에 안전 보강과 보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금호건설 측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원인 조사 결과를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동북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은 성동구 왕십리역에서 미아사거리역을 지나 노원구 상계역까지 잇는 총 연장 13.4㎞에 16개 정거장, 차량기지 1개소를 60개월간 건설하는 사업이다. 오는 2026년 7월 개통 목표로 4개 공구로 나뉘어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전체 4개 공구 중 1공구의 사업비는 1,600억 원 규모다.
동북선은 도시철도서비스 불편지역인 동북권 지역의 대중교통 접근성을 제고시키기 위해 추진됐다. 서울시는 앞서 지난 2020년 1월 30일 민간투자사업 실시계획을 승인·고시한 데 이어 2월에는 사업시행자인 동북선도시철도(주)로부터 사업 착수계를 제출받아 동북선 도시철도 민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동북선 건설사업은 2021년 7월 착공 이후부터 ‘안전 문제’가 제기됐다. 착공 이듬해인 2022년 서울시 행정사무감사 기간 중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이병윤 부위원장이 도시기반시설본부장과 증인으로 출석한 동북선도시철도주식회사 대표이사에게 동북선 도시철도 건설공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던 것이다.
당시 이병윤 시의원은 “공사가 초기단계임에도 올 한해 동안 상수도관 파손사고와 주변건물 붕괴우려, 진동 등의 내용으로 보도가 나왔다”며 “인근 주민 불편 사항에 따라 신속한 민원 대응과 보상을 추진해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적했었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선 동북선 도시철도 건설 공사를 두고 착공 초기부터 안전 문제 우려를 제기해왔던 셈이다.
지난 9일 본지가 찾은 서울 동북선 1공구(시공사 금호건설)에서 불과 3m 떨어진 고려대 인근 7층 고시텔 건물의 지반은 침하돼 있었다. 지면과 맞닿아 있는 벽면은 균열에 절반으로 갈라졌고, 외벽 철제 기둥도 그대로 주저앉았다. 지반이 내려앉고, 기울었기 때문이다. 7층 고시텔 층마다 금(크랙)이 가지 않은 벽면을 찾기 힘들 정도로 수십군데 이상 금이 눈에 띄었다. 외벽 창문까지 깨져 바람을 막기 위해 천막까지 동원됐다.
서울 성북구의 올리브고시텔 건물로 이곳 입주민 50여명 중 10명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계약을 해지했다고 한다. 여기에 1층에서 10년 이상 일하던 무역업체 직원 10여 명도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계약 연장을 포기했다고 한다.
건물주인 김대근 올리브고시텔 대표는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는 순수 가치 20억 원 이상인 건물이 동북선 발파 공사로 거의 제로에 가까운 가치 하락을 보고 있는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김 대표는 “완전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하는 실정”이라며 “발파에 따라 지하수가 빠져나와 1층 지면과 물탱크 지하 상부 모두 가로 10m, 세로 15m 이상 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고시텔 건물을 지지하고 있는 지반은 이미 3~7m 기울어져 있었다. 김 대표는 “시공사 측에서 구조적 안전 보강에 나서고 보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건물 안전 진단 전문가들은 시공사가 사전에 얼마나 이 같은 피해를 예상하고, 영향 범위에 따른 사전 예방 체계를 제대로 갖췄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안전진단·하자감정·구조설계를 수행하고 있는 통일건설기술원 책임기술자 하찬식 박사는 “해당 건물은 원래 기초적으로 3m 단차가 있어 발파 등 지반 교란 발생시 치명적인 구조적 문제가 유발될 가능성이 매우 큰 건축물”이라며 “이미 2022년 9월부터 해당 동북선 공사 현장 방문시 고시텔 건물 주변 일대로 하부 지반에 존재하던 지하수가 계속 빠져나가는 현상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하 박사에 따르면, 실제 동북선 1공구 금호건설 공사 현장은 터널 상부에 위치, 고시텔 건물과 불과 직선 거리로 3m 내외에 불과하고, 수직 거리의 경우 기초 하부 1m 내외다. 아울러 시공사는 기초가 설치된 3m 지점에서 지하 24m 깊이로 공사를 진행했고, 이에 기초 하부에 지반 교란이 발생했다는 것. 동북선 도시철도 공사 이후 고시텔 건물의 주요 옥상층과 1층의 바닥 기초 슬라브와 지하 물탱크실 상부 1층 바닥 등에 금(크랙)이 집중 발생했다는 게 하찬식 본부장의 분석이다.
하찬식 박사는 “건물의 무게 중심 이동이 이미 일어났고, 이는 지반 침하로 대부분 발생된다”며 침하는 건물 붕괴까지 이어지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임상병리협회 신축 이전 동북선 철도공사에 따른 주변 건물 13개 동을 조사한 결과, 지하수 수위가 -6.7m로 계측됐고 이후 현재 -14.7m로 이는 지하수가 빠져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동북선 건설’에 따른 ‘지반 침하’ 주장에 대해 1공구 시공사인 금호건설 관계자는 11일 본지 통화에서 “중간자 입장의 정부 기관인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원인 규명과 안전 진단을 의뢰해 양측의 입장을 모두 들어본 후 객관적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건물의 보수 보강에 협조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민자사업이나, 동북선 철도사업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민원인의 해당 건에 균열 진행 여부를 검토하고, 이후 민자사업 시행자인 동북선철도주식회사에 보강 여부와 민원 처리를 유도하고 있다”고 답했다.
/류창기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