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일상화된 ‘지구 열대화 시대’, 건설 현장도 대비 나서야”

건산연 보고서, “폭염 관련 정책, 한계 많아… 선행 연구 필요” 분석

김동우 기자 | 기사입력 2024/09/24 [19:05]

“폭염 일상화된 ‘지구 열대화 시대’, 건설 현장도 대비 나서야”

건산연 보고서, “폭염 관련 정책, 한계 많아… 선행 연구 필요” 분석

김동우 기자 | 입력 : 2024/09/24 [19:05]

▲ 지난 8월 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 주택정비사업 건설현장에서 폭염 대응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사진 = 뉴시스)    © 매일건설신문

 

[매일건설신문 김동우 기자] 폭염이 일상화되는 ‘지구 열대화 시대’에 대응해 건설 현장도 규제가 아닌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2050년 이후 1년의 절반은 지금 수준의 폭염을 겪는다’는 연구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정부의 폭염 관련 대책은 실제 현장 적용에서 한계가 따르는 만큼 실효성 강화를 위한 선행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지난 13일 발간한 건설동향브리핑 974호에 따르면, 올해 폭염일수는 26.6일로 2015년 이후 2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일수가 가장 많았던 해는 31일을 기록한 2018년이다. 

 

2023년(5.20~9.30)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로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총 2818명(사항 32명 포함)으로 2022년(1,564명, 사망 9명 포함) 대비 80% 증가했다. 역대급 폭염을 기록한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온열질환자 발생 장소를 보면 실외가 2243명으로 575명인 실내보다 3.9배 많았으며 실외에선 ‘작업장’이 913명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논·밭 395명 길가 286명 운동장·공원 171명 순이다.  

 

올해 고용노동부는 산업현장에서의 폭염 관련 건강장해 예방을 위해 대표적 폭염 취약 업종인 건설업, 조선업, 물류유통업과 이동근로자 비중이 높은 택배, 가스 전력 검침 등의 사업장을 온열질환(열사병, 열경련, 열탈진 등) 발생 우려 사업장으로 지정해 중점 관리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화랑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실외 작업 비중이 높은 건설업은 폭염 한파 등 기상이변 발생 때 ▲근로자 생산성 저하 ▲안전사고 발생위험 증가 ▲작업 중단 및 작업 일수 제한 등으로 공사기간 지연과 이에 따른 원가 측면의 손실 발생이 우려되는 대표적인 기후변화 취약 업종이다”라고 전했다.  

 

올해 정부는 폭염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처별 대책 마련과 함께 ‘폭염 대책기간(5.20~9.30)’과 ‘폭염 피해 집중대응기간(7.25~8.7)’을 운영했다. 

 

총 11개 중앙행정기관이 폭염 관련 대책을 마련했으며, 이 중 건설 현장과 연관된 대책으로는 고용노동부의 ‘온열질환자 예방 가이드 배포, 폭염 시간 작업 조정 등 이행여부 점검, 폭염 위기경보 ‘심각’ 단계 발령 때 공사 일시 정지 권고’로 나타났다. 아울러, 행정안전부의 폭염 대응 활동 중 ‘폭염 위기경보’는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 발령 때, 고용노동부의 폭염 대책 중 ‘공사 일시 정지 권고’에 영향을 미쳤다.  

 

김 부연구위원은 “다만, 중앙행정기관의 폭염 관련 정책과 개별 부처에서 발표한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실제 현장 적용 때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중앙행정 기관별로 다른 폭염 기준 ▲공사기간 연장·불가항력 사유·도급인 인정 여부 불분명 ▲실제 현장 여건 고려 때 실효성 한계 ▲공사 기간 산정 때 실질적인 폭염일수 반영 한계를 꼽았다. 

 

김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 공사기간 연장의 사유로 ‘폭염’이 없어,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설명이다. 법에는 ‘태풍과 홍수 등 악천후’로 규정돼 폭염이 ‘악천후’에 해당하는지 법리적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해석이었다. 발주처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22대 국회 출범 후 총 25건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는데, 이중 11건은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 근로자 작업중지권 도입’을 담고 있으나 일부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내외에서 폭염의 기준이 규정되지 않아 작업중지권 실행 때, ‘시공사, 감리단, 발주자’ 간 책임 소재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사 기간 연장과 비용 부담 때문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의 결론으로 “규제 강화 이전에, 기존 정책의 실효성 제고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현장 근로자의 안전 확보를 위한 기업의 자구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폭염 관련 대책 또한 실제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실효성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제는 지구 온난화를 넘어, 지구 열대화 시대”라고 말했다. 지구 열대화 시대는 폭염이 통제되지 않는 시대로 건설 현장도 이러한 변화(폭염 일수 증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2050년 이후 1년의 절반은 지금 수준의 폭염을 겪는다’는 연구결과를 언급하면서 “지금이라도 변수가 아닌 상수로 인정하고 추가 선행 연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건설기업이 대비할 장치’를 주문했다. 10년 내 폭염 일수가 가장 길었던 2018년 이후 6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으나 건설 현장에 관련 제도가 마련된 게 없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정부에서 공사 중단 때, 공사비를 보전해 주겠다는 안내만 있을 뿐, 고시나 규칙이 아니라서 나중에 인정받을 수 있는 사항이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2023년에 정부가 만든 ‘적정 공사비 가이드라인’도 과거 기준을 미래에 산정한다. 오차 발생을 대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매해 다른 폭염일수에 따라 비작업일수(건설 현장의 공사 진행이 불가능한 날짜)도 차이 난다는 뜻이다. 최근 10년 동안의 기상정보(기상청)를 적용하되, 발주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최근 5년 동안의 기상정보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중대재해처벌법에 폭염으로 발생하는 질환의 대책이 있는데, 규제를 많이 만들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라며 “적정 공사비, 폭염 기준, 기업의 자율 등 충분한 환경을 조성해 놓고 안될 때,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폭염시기 공사중지&연장 등 제도 현황(사진=건설동향브리핑 974호)     ©매일건설신문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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