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한건설협회, ‘민간투자협회 설립’ 자초했다30년간 민자사업 제도개선 역할 제대로 했나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와 대한건설협회가 ‘민간투자협회 설립 추진’에 대해 강력 반대에 나선 상황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연합회와 건설협회가 그동안 중견·중소 건설사 위주로 운영돼오면서 1군 건설사는 사실상 배제됐다는 업계의 지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연합회와 협회는 지난 9일 “기재부는 지난 7월, 사단법인 민자협회 설립을 요청하여 관련 업계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고 3개월 만에 민자협회 설립추진을 졸속 강행하고 있어 관련 단체 및 건설업계는 강력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 기재부와 민간투자협회 설립을 주도한 SOC 포럼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협회 설립은 SOC 포럼의 사단법인 전환신청으로 시작된 게 아니라 민자사업 단체들 간 ‘사전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번 민간투자협회 설립 추진 논란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민간투자협회 설립 반대’에 나선 연합회와 건설협회를 바라보는 건설업계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1군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간투자사업은 1군 대형건설사들이 주로 참여해왔는데, 근래 건설협회 회장을 중견·중소 건설업계에서 맡으면서 1군 건설사들은 소외된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SOC 포럼 측 관계자는 “협회가 민자사업과 관련해 큰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민자사업을 하는 회사들은 민간투자협회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연합회와 협회는 성명서에서 “지난 30년간 민간투자사업의 태동부터 발전까지 건설업계의 의견 수렴창구와 제도개선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업계는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재부가 민자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주관하는 만큼 국토부 산하가 아닌 기재부 산하 민간투자협회 설립은 당연하다는 의미다.
더구나 연합회와 협회는 성명서에서 초조함마저 드러내는 모습을 보였다. “민간투자협회 설립은 전체 건설업계 의견을 반영해 추진하기 보다는 기재부 산하기관의 퇴직 후 자리보전을 위한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억측에 가까운 주장까지 한 것이다. 그러자 SOC 포럼 측에선 “전관예우는 건설협회에서 하고 있지 않느냐”며 “민간투자협회는 전관예우를 하지 않기로 선언했다”고 했다. 건설협회 차원에선 뼈아픈 대목이다.
SOC 포럼 측은 지난 5일 창립총회를 거쳐 마련된 협회 설립인가신청서를 최근 기재부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제 민간투자협회의 공식 출범 여부는 기재부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와 대한건설협회는 자신들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진지한 자성’에 나서길 바란다. 이는 30년간 민간투자사업의 의견 수렴창구와 제도개선 역할을 해왔다는 자평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될 것이다.
/윤경찬 편집국장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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