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강릉~제진 철도 종심제 ‘기술평가 몰표’, 이상하다6개 공구 중 4개 공구서 1위 업체가 100% 점수 받았다니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한 강릉~제진 단선전철 제3공구 건설사업관리 등 6개 용역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 정성평가 결과는 국내 철도 기술형 입찰 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를 고스란히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이번 평가결과를 보고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사실상 경쟁이 무너진 것으로 보이고,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손’마저 작용한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철도공단은 지난 8~9일 6개 용역의 종심제 기술평가를 진행했다. 이번 평가에는 총 19명이 평가위원이 참여했는데, 1조 설계 분야에는 철도공단 내부위원 6명과 국토부 위원 2명, 대학 등 외부위원 2명으로 이뤄졌다. 2조 감리 분야는 철도공단 내부위원 6명을 비롯해 국토부 위원 2명, 외부 1명 등 9명으로 구성됐다.
기자가 이번 6개 용역 평가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란 이유는 사실상 경쟁이 이상하게 무너진 현상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총 4개 공구에서 1위 기업이 평가위원들로부터 몰표를 받았는데, 수백억 원짜리 사업에서 기술경쟁에 나선 업체가 사실상 경쟁을 포기한 채 입찰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고, 이는 이윤 추구가 생명인 기업의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기 때문이다.
동명기술공단과 서영엔지니어링이 경쟁한 1공구(사업비 100억 원)는 동명기술공단이 10명의 위원들로부터 몰표를 받았고, 서현기술단과 다산컨설턴트가 경쟁한 5공구(79억 원)의 경우 서현기술단이 표를 100% 휩쓸었다. 이 외에도 7공구(78억 원)와 8공구(88억 원)에서도 각각 유신과 KRTC가 동해기술공사와 수성엔지니어링을 몰표로 꺾었다. 2위 업체들은 그동안 다른 철도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있음에도 이번 사업의 평가에선 단 한 명의 평가위원들조차 기술로 설득하지 못한 것이다. 과연 이번 사업에 입찰한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할 정도다.
이번 기술평가 결과를 두고 발주청인 철도공단 안팎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철도 설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평가결과는 사실상 입찰 방해 행위로도 비친다”며 “업체 간 적정한 기술경쟁이 안 된 것이고, 문제가 눈에 보인다”고 했다.
‘100:0 평가결과’에 대해 일각에선 경쟁 업체 간 기술수준이 그만큼 차이가 나고, 그래서 평가위원들의 표가 기술이 월등한 업체에 몰린 것 아니겠느냐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1위 업체가 몰표를 받았다는 것은 2위 업체가 사실상 수주를 목적으로 입찰에 참여한 게 아니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질 게 뻔한 싸움에 출혈을 감내하면서까지 나선 기업이 있다는 게 놀랍다. 그 때문에 철도공단 안팎에서도 경쟁 구도를 위한 ‘들러리’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자가 더욱 무서운 생각이 든 것은 이번 평가결과를 보고 있자면 앞서 검찰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공공건물 감리입찰 담합 및 금품수수 사건 수사 결과’ 내용마저 머릿속에 떠오른다는 점이다. 수사 결과를 보면 ‘종합심사낙찰제’ 기술형 입찰 사업을 둘러싼 건축 설계·감리업체들의 로비·비리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데, 이번 강릉~제진 철도 6개 용역 종심제 ‘100:0 평가결과’가 외부로부터 괜한 의심을 살까 우려가 들기 때문이다.
기자는 이번 강릉~제진 단선전철 제3공구 건설사업관리 등 6개 용역 종심제 정성평가 결과는 바람직한 경쟁 결과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이는 기자만은 아닌 것 같다. ‘100:0’은 참 이상하고 우려스러운 평가결과가 아닐 수 없다.
/윤경찬 편집국장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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