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2항에 의하면 건설공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때 도급금액, 공사기간 등에 관한 사항을 기재하고 당사자가 서명, 날인한 계약서의 교부 및 보관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러한 의무가 철저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도급계약서를 작성하고 공사를 하는 경우라도 공사 도중 설계변경 등에 의해 추가공사가 필요할 경우 발주자측에서는 일단 공사를 하면 추후에 정산해 주겠다고 하면서 추가공사를 구두로 지시하여 수급인 입장에서 위와 같은 말만 믿고 공사를 하였으나, 실제 정산단계에서 약속과 달리 추가공사비에 대해 정산을 해주지 않아 공사비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의3 등에서 계약의 추정제도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데, 발주자가 도급계약을 하면서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은 경우 수급인이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내용, 계약금액, 공사기간 등을 정하는 사항을 발주자에게 서면(내용증명우편, 전자서명이 있거나 공인 전자주소를 이용한 전자문서)으로 통지하여 도급받은 내용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고, 발주가가 위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그 내용에 대한 인정 또는 부인의 의사표시를 서면으로 회신하지 않는 경우 수급인이 통지한 내용대로 도급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상대방으로부터 내용증명 등을 받으면, 일정 기간 내에 답변을 하여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내용증명 등을 받았다고 하여 법적으로 일정 기간 내 회신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추후 소송 등에서 사실관계 등이 다투어질 때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다투지 않은 것이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정도이다.
그런데, 건설산업기본법상 계약추정제도는 건설공사와 관련하여 수급인의 도급내용 확인요청에 대해 발주자에게 15일 이내 회신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사실상 수급인이 확인요청한 내용대로 도급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추정함으로써 수급인의 확인요청에 대한 발주자의 회신의무를 인정하여 계약서 없이 공사를 하는 수급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제3조에도 유사한 규정이 있는데, 하도급법은 원칙적으로 수급사업자가 중소기업자인 경우 등 적용범위의 제한이 있어 하도급법상 계약추정제도는 그 적용범위에 한계가 있었으나, 건설산업기본법상 계약추정제도는 이러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하도급법에 비해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와 공정거래위원회 건설공사 표준하도급계약서에도 계약추정에 관한 규정이 반영되어 있는데, 아직까지도 한국인의 정서상 상대방으로부터 내용증명 등을 받으면 일단 감정이 상하여 추후의 정산업무 등 진행에 비협조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어서 상대방에게 특히 갑의 지위에 있는 발주자에게 수급인이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명확한 도급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공사를 하거나 설계변경 등으로 추가공사가 발생한 경우 공사계약의 체결 여부, 공사대금 등과 관련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계약추정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승욱 변호사
☞ 매일건설신문은 805호(4월 8일자 지면신문)부터 격주로 총 10회에 걸쳐 이승욱 변호사의 ‘건설법률이야기’를 연재한다. 이승욱 변호사(49)는 연세대 법학과, 북경대 법학대학원 석사(LLM)를 전공하고, 경일대 경찰행정학과 특임교수로 강의했다. 이 변호사는 법무법인 산경, 법무법인 고원 등에서 건설관련 자문·소송을 수행했다. 이번 기고를 통해 건설업 분쟁을 사전 예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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