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대금 분쟁 증가와 물가변동 배제 특약

이승욱 변호사의 건설법률이야기 - ⑦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4/07/04 [18:28]

[기고] 물가상승에 따른 공사대금 분쟁 증가와 물가변동 배제 특약

이승욱 변호사의 건설법률이야기 - ⑦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4/07/04 [18:28]

▲ 이승욱 건설전문 변호사  © 매일건설신문


매년 물가가 일정 정도 상승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금융위기, 코로나19 사태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의 발생으로 물가가 급등함으로 인해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계약금액으로 공사를 원하는 발주처와 기존 계약금액으로는 도저히 공사를 수행할 수 없는 시공사, 하수급인 사이에 공사대금의 증액과 관련하여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 제19조 등에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의 조정에 관해 규정하고 있고, 건설공사 도급계약에 물가상승에 대비하여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대금의 조정에 관한 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으나, 이와 반대로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대금의 조정을 배제하는 특약(이하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두는 경우도 있다.

 

한편, 국가계약법 제5조에 의하면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부당한 특약)을 무효로 규정하고,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에 의하면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 등 당사자 일방에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불공정약정) 해당 약정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는데,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국가계약법 제5조 또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등에 의해 무효가 되어 물가변동 배제특약에도 불구하고, 시공사가 공사대금의 증액을 요구할 수 있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인정하면서, 계약상대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특약을 정함으로써 계약상대자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될 예외적인 경우에만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인데, 2008년 발생한 세계적 금융위기와 환율 상승으로 시공사의 도급금액 증액 요구에 대해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유효라는 전제하에 발주처가 공사대금의 조정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

 

그 이후에도 대법원은 동일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부인하는데 소극적인 입장인 듯 하였으나(대법원 2014다233480 판결, 대법원 2015다221958 판결), 최근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부인한 판결이 선고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발주처의 착공연기 요청으로 착공이 8개월 이상 늦추어지는 사이에 원자재인 철근 가격이 2배 가량 상승한 사안에서 시공사의 귀책사유 없이 착공이 연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의 대폭적인 인상을 도급금액에 전혀 반영할 수 없다면, 현저히 불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여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에 의해 무효라고 본 원심판결이 최근 대법원의 심리불속행기각으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23다313913 판결). 

 

다만, 위 판결은 시공사의 귀책사유 없이 착공이 연기된 상태에서 물가가 급등하였다는 점과 철근가격이 2배 가량 큰 폭으로 급등한 점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시공사의 귀책사유로 착공이 연기되거나 공사가 지연된 경우 또는 자재가격이 2배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 상승하였을 경우에도 동일한 결론에 이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코로나19 사태나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도 평균적인 물가상승은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일반적인 상황에서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이 인정된 경우가 많았는데,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2021년 건설공사비지수 증가율이 10%를 초과한 특수한 상황에서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부인한 판례가 나와 의미가 있으나, 물가 상승폭이 2021년에 비해 감소하였기 때문에 앞으로도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대금의 조정과 관련한 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욱 변호사

 


 

☞ 매일건설신문은 805호(4월 8일자 지면신문)부터 격주로 총 10회에 걸쳐 이승욱 변호사의 ‘건설법률이야기’를 연재한다. 이승욱 변호사(49)는 연세대 법학과, 북경대 법학대학원 석사(LLM)를 전공하고, 경일대 경찰행정학과 특임교수로 강의했다. 이 변호사는 법무법인 산경, 법무법인 고원 등에서 건설관련 자문·소송을 수행했다. 이번 기고를 통해 건설업 분쟁을 사전 예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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