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GS건설 ‘가짜 유리’ 문제, 시공사 탓만은 아니다

시공 잘못될 경우 바로잡아야 할 ‘감리 책임’은 뒷전

조영관 기자 | 기사입력 2024/05/08 [16:55]

[기자수첩] GS건설 ‘가짜 유리’ 문제, 시공사 탓만은 아니다

시공 잘못될 경우 바로잡아야 할 ‘감리 책임’은 뒷전

조영관 기자 | 입력 : 2024/05/08 [16:55]

▲ 조영관 기자   © 매일건설신문

 

“책임 시공사로서 도의적인 책임뿐만 아니라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은 당연히 있는 것이다. 잘 봤어야 하는데 못 본 것이다.”(GS건설 홍보실 선임매니저)

 

“이번 같이 사기꾼이 철저하게 모든 걸 다 위조해서 가져와 버리면 감리가 갖고 있는 검측 권한과 기능으로는 걸러낼 수가 없다.”(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 대외협력팀 대리)

 

GS건설이 시공한 아파트 단지에 한국표준(KS) 마크를 위조한 중국산 유리가 수천 장 시공된 사실이 최근 밝혀진 가운데 시공사인 GS건설과, 감리사들이 모인 이익단체인 건설엔지니어링협회는 이같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GS건설은 아파트 책임 시공사로서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이미 설치된 유리를 모두 정품으로 다시 시공한다고 밝힌 반면 건설엔지니어링협회 홍보팀 대리는 “감리사가 잘못했다는 근거가 있느냐”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기자가 GS건설과 건설엔지니어링협회에 각각 입장을 물은 이유는 앞선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와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등 주택 건설 현장에서 부실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공과 감리의 관계와 역할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환기’ 차원이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건설현장에서 붕괴사고 등 문제가 생기면 으레 시공사, 그중에서도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대형 건설사만 문제의 근원으로 인식하기 일쑤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건설 현장은 시공사와 감리사(관리·감독)의 역할과 권한이 각각 주어진다는 점이다. 시공이 잘못될 경우 감리가 이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GS건설 현장의 ‘가짜 유리’ 문제도 그렇다. 기자는 시공 현장에서 시공사와 감리업체가 ‘가짜 유리’를 왜 걸러내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번 ‘가짜 유리’ 현장에도 건설엔지니어링협회 회원사인 감리업체가 있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내가 현장 관계자는 아니어서 확실하게 드릴 말씀은 없다. 당시 현장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직원들은 모두 퇴사했다”면서도 “(GS건설 현장 관계자들에게) 최대한 적극적으로 협조해드리고 있는 상태다”고 했다. GS건설 홍보실 선임매니저는 “유리 자체만 봤을 때는 (가짜인지) 판단하기가 힘들고, KS마크에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 마크를 보면서 시공하기는 어렵다. 시공하는 과정에서 알아차리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빨리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협회 홍보팀 대리는 “유리업체에서 전반적으로 사기를 작정하고 치려고 성적서도 위조하고 제품도 다 위조해서 납품을 했지 않나”라며 “그런 시점에서 사기꾼이 사기를 친 게 사기꾼의 잘못이지 그것을 못 잡아낸 감리의 잘못이라고 1차원적으로 말을 할 수 있느냐. 그래서 (감리가 소홀했다는) 근거가 있나”라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협회 홍보팀 대리의 말마따나 이번 GS건설 아파트 ‘가짜 유리’ 문제는 1차적으로 시공 현장을 속인 납품업체 잘못이 원인이고 책임도 클 것이다. 그런 만큼 GS건설 또한 다소 억울한 부분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대하는 GS건설과 협회의 반응은 전혀 딴 판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문제는 ‘그럼 작정하고 속이는 자에겐 계속 속을 수밖에 없느냐’라는 논의로 이어지는 게 공익을 위해서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GS건설 관계자는 “그런 부분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려고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는 단계다.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협회 대리는 “이것에 대한 해결책은 사기를 친 업체에 대한 적정한 처벌과 처벌적인 제도를 통해 보완이 돼야 하는 것”이라며 “이번 유리 사건만을 가지고 어떻게 이걸(감리를) 더 보완할 수 있는 기능적 장치는 없고 그러다 보니까 이번 건에 대해서는 협회가 공식적으로 나갈 의견은 별도로 없다”고 했다.

 

시공사와 감리사 모두 ‘가짜 유리’에 속은 셈이다. 그런데 시공사는 ‘도의적 책임’을 언급하며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하는 반면 대한민국 500여 감리업체가 소속돼 있는 건설엔지니어링협회 홍보팀 대리는 ‘감리사가 잘못했다는 근거가 없다’고 한다. 건설엔지니어링협회는 1994년 1월 책임감리제도 도입과 함께 ‘한국건설감리협회’로 출발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대한민국 건설현장의 감리 역량 제고를 위해 누구보다 고민이 많아야 할 단체일 수밖에 없다.

 

기자는 협회 홍보팀으로부터 조금이나마 ‘유감의 뜻’이나 공익 차원에서 감리 역할 강화를 위한 포부를 기대했는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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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3 2024/05/09 [16:18] 수정 | 삭제
  • 기사를 잘 읽었습니다.

    협회 직원의 답변이 문제긴하군요.

    뭐 월급받는 직원이라서 자신이 속한 업계를 보호를 하는게 당연하지만, 접근하는 방식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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