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지하화’ 총선용 공약 우후죽순… 천문학적 비용 수급 어떻게?정부, 50조 공공채 발행 방침… 여야 ‘민자 유치’ 띄웠지만 재원 구상 빈약
[매일건설신문 정두현 기자] 중대 선거철이면 화두로 떠올랐던 ‘철도 지하화’ 사업이 4.10 총선을 40여 일 앞둔 여야의 0순위 공약으로 거론된다.
철도 지하화는 도심개발 과포화에 있는 수도권의 유휴부지 확보와 인근 주민들의 편의 향상을 위해서라도 필연적 사업이라는 평가지만, 여전히 이에 수반하는 천문학적 개발비를 어떻게 수급할지에 대한 의문은 엄존하는 상황이다.
철도 지하화 사업으로 도심재개발 등 지역 거주·교통·상권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서울, 경기권의 최대 숙원사업이다. 다만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이 구체적 재원안을 내놓지 못한 가운데 표심 수집을 위한 포퓰리즘 공약만 남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며 사업 개시 발판은 마련됐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재원에 대한 현실 대안을 정부, 여야 모두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현재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설정한 철도 지하화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50조 원 규모의 공공기관 채권을 발행해 관련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거대 철도 사업의 걸림돌이 됐던 재원 확보 이슈를 민간으로 돌리는 기존 방침에서 공공 재원으로 선회한 것이다. 다만 이 경우 국책사업에 속도는 붙겠으나,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한국전력 등과 같이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의 재정 여건도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채권 발행의 공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게로 넘어갈 전망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유지인 철도 부지를 LH에 현물출자해 개발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현물출자를 받은 공기관이 철도부지 개발 이익금으로 채권을 갚아 나가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 구조는 민자 유치가 토대인 원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LH만 공사채를 짊어지는 것은 아니고, 일부 타 공기관들도 현물출자에 동참시킬 예정이다. 이들 공사채를 민간으로 순환시키면 50조 원의 철도 지하화 재원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4월 총선에 사활을 여야 정치권의 경우 지하화 재원 마련과 관련해 하나같이 ‘민자 유치’를 내세우면서도 구체안은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철도 지하화 사업과 관련해 “민자 유치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재원 총액이나 민자 유치 방법론에 대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당시 한 위원장은 “재원을 충분히 감안한 공약”이라는 취지의 설명만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철도 사업에 대한 재원안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경인선, 경부선 등 9개 철도 노선 등 도심 철도를 지하화하는 데 총 80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봤지만, 그에 따른 구체적 예산안에 대해선 민간투자 유치를 언급했을 뿐이다. 민주당 지도부와 정책위원회 등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민간 유치에 대한 세부안을 검토 중에 있다”는 취지의 메시지만 나온다.
여야 총선 후보들도 저마다 수도권 철도 지하화 공약 분출에 주력하고 있다. 국민의힘 방문규 수원병 후보는 수도권 지하철 1호선과 경부선 철도를 성균관대역~수원역 구간에서 지하화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민주당 이학영 의원과 이소영 의원도 각각 군포와 의왕·과천 지역의 철도를 지하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재원에 대해서는 해법을 찾겠다는 취지의 대외용 메시지만 내고 있다.
철도 지하화 사업은 수도권 유휴부지 활용과 정주여건 개선이라는 시대정신이 관통한 이번 총선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담론이다. 다만 수십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의 재원 마련안이 수반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총선 후 지하화 사업이 떴다방식 공약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민간 출자를 하겠다는데, 여야 정부 모두 사실 뜬구름 잡는 공약인 게 사실”이라며 “이게 공기업 단일 채권발행으로 가게 되면 공기업 자체의 재정 리스크도 문제지만, 역대급 불황을 맞은 건설·토목 분야에서 민자 유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실 큰 기대는 없다”고 꼬집었다.
/정두현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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