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부실시공 논란에 아파트 후분양 대세라지만… 선분양 손 떼기 힘든 이유건설업계 “후분양, 고금리에 자금조달 어렵고 미분양 리스크도 상당”
다만 건설업계에선 여전히 후분양에 따른 ‘자금 리스크’가 엄존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와중에 초기 자금조달을 도맡아야 하는 건설사 입장에선 부동산PF 자금 유동성이 움츠러든 상황에서 후분양을 채택하기 쉽지 않다는 것.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도 선분양이냐 후분양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그간 우리나라에선 아파트 선분양 문화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 정부가 제재에 나선 부실시공이나 층간소음 이슈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후분양 정착화가 새 담론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선분양은 아무래도 완성도 높은 시공품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있다는 게 수요자들의 대체적 여론이다.
후분양은 아파트 신축 단지 공정이 60~80% 이상 진행된 가운데 분양을 진행하는 방식을 일컫는 개념이다. 단지 시공이 최소 절반 이상 진행된 단계에서 분양이 이뤄지는 만큼, 선분양과 비교해 시공품질이나 공정 중 문제점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자 입장에서 완성도 높은 아파트를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아파트 외벽이나 지하주차장 등 주요 골조 공사가 끝난 이후에 분양이 이뤄지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선 어느 정도 골격을 갖춘 상태를 보고 계약에 나설 수 있어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분양과 입주 사이 간극이 큰 선분양과 다르게 후분양은 분양과 입주 간 간격이 1년 내로 짧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소비자가 자금 조달 실패에 따른 공사 중단 등의 부담을 떠안지 않아도 된다.
이렇다 보니 후분양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높아지자 최근 일부 건설사들은 후분양 단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은 대전광역시 동구 가양동 일원에 지하 4층~지상 49층(3개동·358세대·전용면적 84~155㎡) 주상복합 아파트인 ‘힐스테이트 가양 더와이즈’를 12월 분양할 예정이다. 해당 단지는 내년 10월 입주 예정으로, 후분양 아파트로 공급된다.
대우건설도 부산에서 처음 선보이는 하이엔드 브랜드 ‘푸르지오 써밋’ 아파트인 ‘더 비치 푸르지오 써밋’을 후분양한다. ‘더 비치 푸르지오 써밋’은 지하 3층~지상 43층 아파트로, 8개동 1,384세대(전용면적 59~114㎡)로 조성된다. 입주는 이달부터 시작된다.
우미건설도 파주 운정신도시 일원에 조성될 지하 3층~지상 25층(6개동·522세대·전용면적 84㎡) 아파트인 ‘파주 운정신도시 우미린 파크힐스’를 후분양할 예정이다. 이달 19일 1순위 청약을 시작으로 내년 1월 계약을 실시한다.
이와 관련,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매일건설신문>과의 취재에서 “후분양은 일단 분양하고 입주까지 텀이 짧다는 점에서 입주자들이 메리트(장점)로 느끼는 부분이 큰 것 같다”면서 “선분양은 자금 문제로 따라 공기가 지연되거나 부도나는 사례도 많기 때문에 그런 리스크를 떠안기 싫다고 하는 분들이 후분양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공사 진행 경과나 공정이 상당부분 진행된 것을 보고 분양에 들어갈지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후분양 뜬다지만, 건설사 자금조달 난항 및 분양가 인상은 반대급부
반면 건설사들은 이러한 후분양 바람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 건설사들로선 고금리 장기화와 원자재비 인상이라는 겹악재에 초기 자금조달이 쉽지 않고, 후분양에 나서더라도 분양가는 치솟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다.
후분양은 말 그대로 공사가 최소 절반 이상은 진행된 단계에서 분양이 이뤄지기 때문에 부지 확보와 공사 전반에 소요되는 자금 조달은 건설사가 전적으로 도맡아야 한다. 이렇다 보니 고금리 상황에서 가뜩이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까지 굳은 마당에 후분양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게 건설사들의 하소연이다.
또 소비자들이 최근 후분양을 선호한다지만, 분양 후 입주까지 기간이 1년 이내로 짧은 탓에 분양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측면도 엄존한다. 선분양의 경우 시행사가 착공 전 분양금으로 사업비를 확보해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라 통상 소비자가 ‘계약금→중도금→잔금’ 등 3단계로 나눠 분양대금을 마련하면 되지만, 후분양은 소비자가 계약 후 입주까지 짧게는 수개월 만에 거액의 잔금을 치르기 위해 목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이 뒤따른다.
또 업계에선 건설사들 역시 선분양에 따른 부담이 있다고 설명한다. 착공 전 분양이 이뤄지게 되면 공사 기간 중 자재비나 인건비가 올라도 그 인상분을 분양가에 반영하기 어렵다. 이는 최근 건설사들이 미분양세가 뚜렷한 지방 아파트 사업을 망설이는 배경이기도 하다. 또 후분양의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도 자재·인건비 등 외재 요인이 분양가 인상으로 고스란히 반영될 수 있어 분양가 인상 부담을 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후분양은 건설사 입장에서 확실히 리스크가 큰 영업 방식이다. 요즘처럼 공사 자재비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시점에 공사비 인상분을 보전받기 위해 일부 건설사들이 후분양을 채택하는 사례가 있는데, 단기간에 분양부터 입주까지 이뤄지기 때문에 미분양 시 뒷감당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라며 “게다가 후분양을 했는데 미분양이 나면 브랜드 이미지 타격은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또 공동주택관리법 등 현행법상 15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은 입주자들이 관련 위원회 구성을 비롯해 위탁운영사 채택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계약부터 입주까지 단기간에 이뤄지는 후분양의 경우 이러한 점에서 관리 공백 등 여러 불편사항들이 생겨날 수 있다는 현실적 제약도 엄존한다.
이 밖에도 일반 소비자가 완공이 아닌 공정율 60~70%대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완성도나 시공품질을 전문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후분양의 사각지대라는 지적도 있다.
/정두현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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