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력난 깊은 건설현장, 청년 기근에 숙련공 모셔가기까지건설현장 평균 연령 53.1세, 고령화 가속화… 청년 유입 및 고령 활용책 마련 시급
여기에 건설 원재자비 인상에 따른 공사비 폭증, 고금리 장기화, 내수 침체 등으로 인해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사들이 인건비에 투자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촉진시키기 위한 각종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최근 발표되는 각종 통계상 이는 건설현장 인력난을 근본적으로 해소시킬 만한 근본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이대로라면 국내 건설현장에서 자국민 숙련공의 대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건설업종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 개선과 건설 고용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고령층에 대한 활용성 제고가 시급하지만, 정부 정책 지원이나 건설업계의 자구책 마련이 묘연한 실정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산업소분류별 종사자수’ 통계에 따르면 건설업계 종사자는 지난 4월 기준 총 144만8,317명으로, 전년 동기(146만7,741명) 대비 1.3%에 해당하는 1만9,424명 감소했다. 건설 근로자가 불과 1년 만에 2만 명 수준 줄은 것이다. 이는 건설경기 악화로 인한 건설사들의 고용 위축과 청년층 유입 단절이 주효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건설현장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통계들도 이어진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건설업 고령(55~79세) 취업자는 78만7,000명으로, 10년 전인 2013년(41만5,000명)과 비교해 무려 36만2,000명(89.6%) 늘었다. 동 기간 타 산업군의 고령 취업자가 576만3,000명에서 912만9,000명으로 10년 사이 증가폭이 58.4%에 그친 것에 비교하면 건설현장에서 유독 고령 노동자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건설근로자공제회의 ‘건설근로자 종합생활실태조사’에서도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이 53.1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건설사 현장관리 직에 있는 업계 한 관계자는 <매일건설신문>과의 통화에서 “장기 근로가 가능한 청년층 숙련공이 유입되어야 하는데 맥이 끊긴 지 오래”라며 “아랫 세대로 갈수록 고학력, 고스펙으로 상향 평준화되다 보니 블루 컬러 직종, 특히 건설업에 대한 청년층 인식이 부정적인 게 사실이다. 수년 전부터 현장을 채우고 있는 근로자 70% 이상이 50·60대다. 20·30 청년들은 단순 일용직 정도로 단기 근무하다 타 직군으로 취업하는 게 다반사”라고 짚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청년들이 건설업 진출을 꺼리는 현실이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라도 합법적으로 대거 고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라며 “숙련 기능이 필수인 건설현장에서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어 외국인 노동자들로 이를 채워야 하는 실정인데, (건설업 진입을 원하는 외국인들의 경우) 불법 입국한 경우도 꽤 있어서 이들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없다. 정부가 이에 대한 보완책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정부도 최근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해외인력 도입을 역대 최대 규모인 16만5,000명까지 늘리는 한편, 건설업 등 청년층 기피 업종의 경우 구인난을 경감시키기 위해 비전문 취업비자에 대한 취업 제한 규제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건설현장 인력 공백의 근원으로 지목되는 내국인 청년들의 건설업 진출을 독려하는 등의 인력 양성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일각에선 건설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해선 업계 내 합당한 급여체계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건설사들이 저마다 한정된 우수 인력을 놓고 ‘모셔가기’ 경쟁에 골몰하고 있다는 점도 인력난 가중 요소로 지목된다.
한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매 현장에서 숙련공이 부족해 난리인데, 기껏 수년에 걸쳐 기능장 수준으로 키웠더니 다른 업체에서 웃돈 주고 스카우트 해가는 일이 빈번하다”라며 “인력풀은 점점 좁아지고 있는데, 서로 모셔가기를 하고 있으니 자금력 있는 대기업이 아닌 이상 숙련공을 장기 보유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정두현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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