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76% 중처법 준비 미흡… 갈피 못 잡는 영세 건설사들대한상공회의소 자체 조사 결과 50인 미만 사업자 76% “중처법 대응 어렵다”
당정이 현재 중처법 확대 시행을 앞두고 추가 유예를 골자로 한 개정안 처리에 골몰하고 있지만, 이 또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중처법 적용으로 존폐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노후설비 교체, 안전관리 전문인력 채용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세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50인 미만 중소기업 64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처법 대응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과 22.6%(144개사)만 중처법 대응력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열에 여덟 수준인 76.4%(497개사)는 중처법 시행을 앞두고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파악돼 심각성을 더했다.
특히 이 가운데 중처법 대비가 미흡하다고 답한 중소 건설업체들은 인력 부족은 물론, 안전관리 전문인력 및 시설 충원에 따른 예산 부담, 안전관리 조치에 대한 세부 매뉴얼 부재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경기권의 한 시공업체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무직 제외하고 현장 직원은 기껏해야 10명도 채 되지 않는데, 여기서 안전관리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노후장비를 교체하려면 재정 부담이 상당하다”며 “무엇보다 영세 업체들은 ‘사업주 원톱’으로 돌아가는 게 대부분인데,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불의의 사고라도 터지면 회사는 셔터를 내려야 한다. 사실상 사업주 혼자서 방대한 법 대응을 준비하는 것도 무리”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직원수 30여 명 규모의 한 중소 건설업체 관계자도 “지켜야 할 안전보건법령이 한 둘도 아니고, 실제로 작업현장에서 안전교육이나 관리 부재로 발생하는 사고보다 작업자 과실에 의한 사고가 더 많은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라는건지 지침도 모호하다”면서 “영세 사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사형선고나 다름 없는 법이다. (정부의) 지원도 없이 법만 달랑 바꾸고 업체들에게 자력으로 해결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토로했다.
나아가 중처법이 시행될 경우 기존 고용직들을 대폭 감축하거나 폐업 가능성을 거론하는 업체도 있다. 경기 일산 소재의 한 전문건설사는 “추가 유예가 주어져도 최근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재정 여력이 없는데, 실무 여건 개선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라며 “어쨌든 법이 시행되면 따라야 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기존 인력 풀을 줄이거나 폐업 수순을 밟는 곳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들 중소기업은 정부가 세금감면, 안전관리 전문가 채용, 노후설비 교체, 안전·보건 관리체계 매뉴얼 홍보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현장 내 안전문화 정착과 사고 예방에 대해선 공감대가 확실하지만, 그에 따른 현실적 여건을 갖추려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편 중처법에 따르면 산업현장 내 사고로 인해 사망자 1명 이상 또는 전치 6개월 이상의 중환자 2명 이상 발생하면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근로자 질병(연간 3명 이상)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형사처벌 기준은 사망자 발생 시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질병 또는 부상 발생 시 7년 이하 징역에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골자다. 사망사고의 경우 법인은 최대 50억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통상 50인 미만 영세 건설사들의 자본금 규모가 5억 원 안팎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망사고 발생 시 폐업 위기를 면하기 어렵다는 게 중평이다.
/정두현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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