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연동제 시행 한 달, 원청사 ‘생산원가 공개’ 요구에 하청사들은 난색

원청사 “비용 분담하는데 원가 자료 공개해야” vs 하청사 “생산원가는 영업기밀, 과도한 요구”

정두현 기자 | 기사입력 2023/11/08 [12:12]

납품단가연동제 시행 한 달, 원청사 ‘생산원가 공개’ 요구에 하청사들은 난색

원청사 “비용 분담하는데 원가 자료 공개해야” vs 하청사 “생산원가는 영업기밀, 과도한 요구”

정두현 기자 | 입력 : 2023/11/08 [12:12]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월 10일 세종시 해밀동 공동주택 건설현장을 찾아 타워크레인 설치현황 점검과 애로사항 등을 듣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매일건설신문


[매일건설신문 정두현 기자] 시행 한 달째인 납품대금 연동제가 그 취지와 반대로 원청사발 ‘페이퍼 갑질’ 등 제2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청사가 하청업체에 대외비인 생산원가 자료 공개를 요구하는 등의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원청사들은 연동제 시행으로 원자재 시세 변동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하도급사와 분담하게 된 만큼, 하도급업체가 투명하게 원자재비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를 둘러싼 업계 공방이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하도급 최초계약 단계에서 원자재 시세가 기존 대비 10% 이상 등락할 경우 이에 해당하는 변동분을 적용해 대금을 조정하는 제도로, 지난달 4일부로 시행됐다. 이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촉발 등으로 인해 글로벌 원자재 시세가 급등하자 발주처로부터 공사비 인상분을 지급받지 못한 하도급사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속출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기존에도 납품단가 조정협의제가 있었지만, 원도급사의 특약 삽입 등 하도급사가 물가 변동에 취약한 여건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자 연동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연동제 시행으로 원청인 종합건설사들은 원자재 단가가 10% 이상 인상될 경우 하청업체의 요청과 별개로 공사대금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8일 전문건설업체 등 건설 하도급업계 따르면 원청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난달 4일 납품단가 연동제 시행 이후 하청업체에 건설 원자재 납품단가 등 생산원가 자료를 노골적으로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동제에 적용되는 건설 원자재는 철근, 강판, 레미콘, 시멘트 등이다.

 

서울 소재의 한 하도급업체 고위 관계자는 <매일건설신문>과의 취재에서 “납품 연동제가 시행되고 나서 최근 원도급사로부터 생산원가 데이터를 공유해 달라는 공문이 날아왔다”며 “연동제 대상인 원자재비를 확인하자는 취지이나, 하도급사의 대외비급 자료인데 이를 요구하는 것은 선 넘은 행위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경기권의 또 다른 하도급 건설업체 고위 관계자는 “(원청 대기업이) 공문을 통해 노골적으로 ‘납품단가 연동제 시행으로 건설 원자재비 시세 변동현황과 총 공사대금에서 원자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자 한다’고 전해왔다”면서 “원자재 납품단가는 회사 영업기밀인데, 이 데이터를 근거로 되려 공사대금 인하를 요구할 게 뻔하다. 가뜩이나 대기업 원청사들이 어떻게든 공사대금을 덜 주려고 하는 분위기가 만연한데, 생산원가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또 다른 갑질의 시작”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종합건설사 등 원청사의 입장은 그 반대다. 한 종합건설 대기업 관계자는 “연동제가 시행되면서 원도급사들도 ‘원스트라이크 아웃’(연동제 거부 시 벌점 최대 5.1점 부과)이라는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라며 “하도급사가 역으로 원자재비를 이유로 공사대금 부풀리는 등 연동제를 악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원청사 입장에선 정확한 생산원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만약 원도급사가 지위를 남용하거나 제반 사실을 왜곡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연동제 적용을 회피하면 벌점 3.1점과 과태료 최대 5,000만 원이 부과된다. 또 하도급사에 연동제 미적용을 강요할 경우 벌점 5.1점이 부과된다.

 

이렇듯 연동제를 둘러싼 원청·하도급 간 갈등이 심화하자, 업계 일각에선 관련제도 시행이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별도의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원안대로 시행되다 보니 오히려 건설도급 상생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내 중론이다. 

 

 

/정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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