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잇단 사망사고 DL이앤씨, 홍보팀은 ‘살얼음판’

홍보 임원의 돌연 퇴직, ‘분풀이성 경질’은 아니었나

조영관 기자 | 기사입력 2023/09/06 [09:09]

[기자수첩] 잇단 사망사고 DL이앤씨, 홍보팀은 ‘살얼음판’

홍보 임원의 돌연 퇴직, ‘분풀이성 경질’은 아니었나

조영관 기자 | 입력 : 2023/09/06 [09:09]

▲ 조영관 기자  © 매일건설신문

 

DL이앤씨가 잇따른 중대재해 사망사고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홍보실을 이끌던 임원이 최근 갑작스럽게 퇴직하면서 그 배경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앞서 지난달말 고용노동부가 사망사고와 관련해 DL이앤씨 본사와 현장사무실 등을 압수수색까지 한 상황에서 한창 바쁠 홍보팀이 임원의 ‘돌연 퇴직’으로 뒤숭숭한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DL이앤씨의 홍보 담당 임원이었던 L상무는 출입기자들에게 ‘9월 1일자로 DL이앤씨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임원의 자리를 내려놓게 되었다’는 문자를 보냈다. 갑작스런 퇴직 인사에 대해 기자들 사이에서는 잇단 중대재해 사망사고의 ‘불똥’을 맞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DL이앤씨에서는 7건의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8명이 사망했다. 이에 고용부는 DL이앤씨 현장에서 5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난 7월 4일 후 DL이앤씨 전국 현장에 대한 감독을 실시했다. 전국 79개 시공현장 감독 결과, 61개 현장에서 209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건설 역사는 곧 DL의 역사’라고 할 만큼 우리나라 건설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밝히고 있는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의 자부가 무색한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보팀 임원의 ‘돌연 경질’이 더해지면서 DL이앤씨의 오너와 경영진을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그 경중에 따라 오너와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가 구속까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DL이앤씨 현장에서는 8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고용부의 압수수색까지 받은 가운데 ‘홍보팀 수장’이 갑작스럽게 면직된 상황은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화살’이 애먼 사람에게 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하다. 

 

‘분풀이성 경질’ 아니냐는 의문은 홍보팀의 해명에서도 엿볼 수 있다. DL이앤씨 홍보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L상무는) 작년부터 몸이 안 좋아서 (퇴직을) 고민했다”며 “10월 임원 인사가 예년보다 조금 앞당겨서 진행이 된 것이고, (퇴직을) 당일에 통보받은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홍보팀의 다른 관계자는 “명확한 사유를 밝힌 건 없고, 퇴직 사유를 우리도 모른다”면서 “L상무 외에도 퇴직한 임원은 있지만 퇴직은 개인적으로 통보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에 공지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L상무의 자리에 앉을 것이다. 홍보팀 관계자는 “아직 신임 임원 인사가 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DL이앤씨가 중대재해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홍보팀 직원들은 자신들이 모시던 임원의 돌연 경질까지 더해져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일 것이다. 이런 와중에 홍보팀의 역할보다 중요한 건 중대재해 사망사고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있는 자세다. L상무의 경질이 ‘대외 홍보 보강’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중대재해를 ‘분칠’로는 가릴 수 없기 때문이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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