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영구 건설기술인협회장의 가벼운 ‘왕관 무게’왜 자신의 딸을 자문기구에 두며 ‘색안경’을 감내할까
만약 주요 기관 및 단체에서 단체장의 자문기구에 단체장의 측근을 넘어 자녀가 위원으로 앉혀져 있다면 이유 불문하고 언론의 관심을 넘어 집중 포화를 맞을 것이다. 대중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것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왕관을 쓴 자’는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주위에 ‘친족 두기’를 멀리한다. 굳이 대중에게 ‘색안경’을 씌울 필요는 없는 것이다.
국내 최대 건설기술인들의 권익 보호 단체인 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서 이 같은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현 윤영구 회장의 딸이 회장의 주요 자문기구인 위원회에서 홍보편집위원으로 이름을 올려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협회 홍보센터 관계자는 “기존에 김연태 회장 전까지는 위원장과 위원을 다 회장들이 선임했는데 이번에 윤영구 회장은 위원 선임을 각 위원장에게 맡겼다”고 해명했다. 과거의 회장들과는 달리 공정성 제고를 위해 위원 선임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렇다면 윤영구 회장 이전에는 회장들의 아들이나 딸이 위원회 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적이 있었을까. 이에 대해 홍보센터 관계자는 “그렇지는 않았겠죠. 그런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없었으니까”라며 “자제분들 같은 경우에 그런 경험(능력)이 있었으면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가 없었으니까요”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윤영구 회장의 딸이 위원회 회의에 몇 번이나 참석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협회는 윤영구 회장 딸의 위원 선임에 대해 ‘법적·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협회 홍보센터 관계자의 해명을 종합하면, 윤영구 회장 자문기구에 그의 딸이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은 ‘순수하게 능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보센터 관계자는 “이 분이 유튜브 활동 경험도 있고, 우리(협회)는 그에 대한 경험이 없다. 그러니까 당연히 그런 경험이 있는 분들에 대한 자문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는 현재 8개의 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위원회규정에 따르면, 위원회는 위원장 1인과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한 15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회장이 위·해촉 또는 임명한다. 즉, 윤영구 회장이 결국 ‘최종 인사권자’의 위치에 있는 것이다. 윤영구 회장은 위원 선임을 위원장에게 맡겼다고 하는데, 자신의 딸이 위원 명단에 오른 걸 처음 봤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많고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굳이 자신의 딸을 최고의 전문가로 고른 위원장의 선구안에 감탄했을까, 아니면 순간적으로 90만 회원들에게 자신의 자문기구가 대외적으로 어떻게 비칠지에 대한 ‘정무적인 판단’을 했을까. 이는 윤영구 회장 자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회장의 자녀라는 이유로 능력에 대한 ‘역차별’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 위원회규정에도 회장 자녀의 위원 선임을 제한하는 내용도 없다. 하지만 내년이면 100만 회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 한국건설기술인협회가 ‘대외적인 색안경’ 우려를 굳이 감내하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는 없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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