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후시설물 안전관리 체계 재검토 나서야

중대시민재해와 관련한 공중이용시설 대상 확대 필요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3/05/03 [08:42]

[기고] 노후시설물 안전관리 체계 재검토 나서야

중대시민재해와 관련한 공중이용시설 대상 확대 필요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3/05/03 [08:42]

▲ 최명기 교수   © 매일건설신문

 

최근 들어 발생한 사고로 인해 건설기술인으로서 얼굴을 들고 다니기가 민망할 정도이다. 안전점검 결과 멀쩡하다던 분당 정자교가 붕괴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인천 검단 아파트 현장의 주차장이 붕괴되어 국민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우리들은 위험 속에서 위험한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제발 마음 놓고 편안하게 살아가기를 기원해본다.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의 대응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늘 똑같다. 정자교 보도 붕괴 사고가 발생되자 이번에도 역시 ‘대한민국 안전대전환 집중 안전점검’을 실시한다고 요란법석을 떨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이제는 제발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서 더 이상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국토교통부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물통합정보시스템(FMS)에 따르면 2023년 4월 8일 기준 전국의 교량 12,683개 중 29%인 3,673개가 2000년 이전에 건설된 20년 이상 된 교량이다. 10년 후인 2033년에는 20년 이상 교량이 66.5%까지 증가하게 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정자교 붕괴사고는 1:29:300의 하인리히 법칙처럼 더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사전에 미리 준비하라는 신의 계시이다. 지금부터라도 노후시설물 등에 대해 안전점검과 유지관리를 철저한 할 필요가 있다. 

 

정자교 붕괴는 하인리히 법칙처럼 이미 사전에 징후를 여러 차례 보여주었다. 2010년 4월에는 정자교와 유사한 캔틸레버(외팔 보) 보도교 형식의 서울 올림픽공원 청룡교 보도가 붕괴되었다. 또한 2018년 7월에는 성남 분당 야탑 10교 보행로가 붕괴되어 상수도관이 파열된 적이 있었다. 당시 붕괴된 원인은 취약한 캔틸레버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연결부 부실시공과 유지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철근 부식에 의한 콘크리트와의 부착력 저하, 철근의 겹이음 시공 불량, 피복두께나 정착 길이 규정 미준수 등 이번 정자교 사고와 여러모로 유사하다.  

 

이번 정자교 사고 원인 중 하나를 꼽자면 부실 안전점검을 들 수 있다. 이렇게 부실하게 점검이 이루어진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도 비용 문제가 가장 클 것이다. 정자교의 경우 2021년 상반기에 수행된 정기안전점검 비용은 적정대가인 460만원의 7%인 32만원에 수행되었다. 100원짜리 일을 단 7원에 수행한 꼴이다. 이렇다 보니 부실이 안 생길 수가 없는 노릇이다. 거기서 끝나면 다행이다. 안전점검을 수주받았던 업체들이 이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 이윤을 남기기 위해 프리랜서들에게 불법으로 재하도급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 

 

안전점검 비용이 적정대가 수준보다도 한참이나 못 미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근원적인 문제는 발주자들이 예산확보를 제대로 못한 원인과 업체 간 치열한 저가 수주가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그동안 기관장들이나 의원들은 노후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이나 유지관리 비용에 투입될 안전관련 예산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복지예산이나 선심성 홍보용 예산으로 전용하여 사용되어 왔던 것이 관행이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안전예산은 늘 부족할 수 밖에는 없는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전점검업체간 치열한 수주 경쟁으로 최저가 수주가 이루어지다 보니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노후시설물 안전관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시설물 안전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현실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라도 안전관련 예산은 의무적으로 예산의 일정비율 이상을 확보토록 하여 선심성 예산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시민재해와 관련한 공중이용시설 대상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20m 이상 도로교량 중 준공 후 10년이 지난 교량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2m 이상 교량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도로의 포트홀이나 방음터널 화재 등의 사고까지도 중대시민재해에 포함시켜 국민들의 안전을 확보토록 할 필요가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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