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업체들 평균입찰가격이 4억원 차이… 특정기업의 공동주택사업 담합 시도?공동주택 보수공사·용역입찰서 담합구조 의심받는 ‘특정공법’ 제한경쟁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자율로 특정공법 제한경쟁 결정하는 구조 제한경쟁 기준 충족 확인과정서 입주자대표회의가 특정기업과 ‘접점’ 특정업체가 기술협약기업 거느리며 사업 입찰 영향력 행사할 수도 국토부 “특정공법 선택은 발주자 권한, 입주자대표회의 결정 사안”
[매일건설신문 홍제진 기자] 최근 경기도 평택시의 한 아파트 단지는 ‘아스콘 포장 및 측구 공사’의 낙찰자를 선정했다. K-아파트(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입찰정보의 사업자 선정(경쟁입찰) 결과에 따르면, 이 사업 입찰에는 총 8개 도로포장 전문업체가 참여했다. 그런데 8개사 중 7개사의 평균 응찰금액은 6억여원이었고, 나머지 1곳은 2억여원이었다. 사업 수주는 6억여원대 응찰가를 써낸 7개사 중 최저가 1곳이 수주했다.
이 아파트 단지의 입찰에서 7개사와 1개사의 평균 입찰금액은 최대 4억여원 가량 차이가 난다. 2억원을 써낸 A사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찰공고 시 입찰참가자격으로 제시한 ‘특허 공법’이 없거나 특허보유 업체와 기술협약을 맺지 않은 게 탈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A사 관계자는 “특허기술이 아닌 자체적으로 다른 아스콘 코팅 단가를 집어넣은 결과 우리는 2억원으로 사업을 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동주택의 보수공사·용역입찰 담합 등 발주비리 근절을 위해 4월까지 공동주택 합동점검에 나선 가운데 일부 공동주택 단지에서 ‘담합 구조로 의심할 수 있는 입찰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동주택의 보수공사·용역입찰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정으로 추진된다. 이런 가운데 공동주택이 소속된 지자체별로 ‘공동주택 보조금 지원기준’ 조례를 통해 단지의 보수공사·용역입찰에 대한 지자체 보조금을 심사를 거쳐 총사업비에서 일부 지원하고 있다. 많게는 총사업비의 90% 이하에서 적게는 50% 이하 등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합이 발생할 경우 지자체 혈세가 낭비되는 것이다. 공동주택의 보수공사·용역입찰 시에는 또 국토교통부 고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의 ‘입찰의 종류 및 방법’을 따르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 단지별 입주자대표회의는 자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사업의 입찰공고 시 ‘특정공법’ 등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둘 수도 있다. 앞선 평택시 단지의 경우 ‘하이브리드 아스콘 코팅 공법 시공 가능 업체’로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됐고, 일부 단지에서는 ‘초속경 고강도 방수방충몰탈 조성물 시공협약서’를 제시하고 있다. 해당 특허를 갖고 있지 않거나, 해당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와 기술협약을 맺고 있지 않은 기업은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기준은 국토교통부 고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의 ‘입찰의 종류 및 방법’에 따른 것이다. 이 지침은 ‘기술능력은 계약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공법·설비·성능·물품 등을 포함한다) 보유현황으로서, 입찰대상자가 10인 이상인 경우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지별로 원하는 공법을 제시해 ‘제한경쟁’ 입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찰공고 전 이 지침의 ‘입찰대상자가 10인 이상’ 기준을 확인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제한경쟁 시 단지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특정공법을 쓰기로 결정하고 해당 특정공법을 가지고 있는 업체에 연락을 해서 그 업체와 그리고 그 업체와 기술협약을 맺은 업체가 몇 개가 되는지를 확인해서 그 업체들의 개수가 10개 이상이라고 확인될 경우 입찰공고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공동주택 단지별 보수공사·용역입찰 시 입주자대표회의와 특정공법 보유 업체의 접점에 따라 사실상 사업방식이 제한경쟁으로 결정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특정공법을 보유한 업체는 이른바 ‘여왕벌 업체’로서 보유한 특허의 기술협약을 맺어주는 형태로 다른 9개의 ‘일벌 업체’를 거느릴 수 있는 ‘담합 입찰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입찰대상자가 10인 이상인 경우’로 확인될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는 특정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 기술로 사업제한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아파트 단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사업 추진 시 주민동의는 과반 이상으로 받게 돼 있지만 형편상 아파트 임원이 모여서 주민을 대표해 (사업 방향을) 결정하는 구조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의 입찰의 성립이라는 조항에 따르면, 일반경쟁은 2명 이상의 유효한 입찰이 있으면 입찰이 성립되는 것이고, 제한경쟁은 3인 이상의 유효한 입찰이 있으면 성립이 된다”고 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찰대상자가 10인 이상인 경우’로 확인해 특정공법 적용 제한경쟁으로 입찰을 했더라도, 담합으로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현재 공동주택 단지별로 사업 입찰은 자율적으로 하지만 입찰 사업에 대한 지도 감독 권한은 지자체장에게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지자체의 자체 인지(認知) 감사가 아닌 단지별 주민 감사 청구에 따라 감독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담합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인데, 지자체는 조사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조사를 위한 조직 미비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고 했다.
국토부는 ‘관리비 사각지대 해소 및 투명화를 위한 개선방안’에 따라 입찰 시 ‘공정거래법’ 위반 행정처분 확인서 제출, 평가 시 입주민 또는 외부위원 평가자 추가, 추첨으로 낙찰자 결정 시 이해관계인 입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개정을 4월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기술이든 특허든 사용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선택은 발주자에게 있는 것”이라며 “공동주택의 경우 발주자는 입주자대표회의가 되는 것이고, 결국 입주민들이 결정하는 사항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서 ‘입찰의 종류 및 방법’의 제한경쟁입찰 ‘기술능력 조항’에 대해서는 “개정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홍제진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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