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신년교례회를 보며 ‘테세우스의 배’를 생각한다

건설 협·단체들, 올해는 변화할 수 있는 한해 되길

허문수 기자 | 기사입력 2023/01/12 [17:20]

[기자의 시각] 신년교례회를 보며 ‘테세우스의 배’를 생각한다

건설 협·단체들, 올해는 변화할 수 있는 한해 되길

허문수 기자 | 입력 : 2023/01/12 [17:20]

▲ 허문수 부국장          © 매일건설신문

 

강산이 몇 차례 바뀌었을 시간 동안 건설 관련 공공기관과 협·단체를 출입하면서 드는 생각은 개인과 단체는 본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사람은 변하는데 단체는 변화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단체는 변화를 모색하는데 개인은 그대로인 경우도 보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테세우스의 배’라는 사고실험이 떠올랐다. 

 

100개의 나무판으로 만들어진 A라는 선박이 있다고 가정하자. 수 년 간의 보수 과정에서 나무판을 하나씩 교체하다 결국 100개의 나무판을 모두 새것으로 바꿨다. 그런데 누군가가 원래의 배에서 떼어낸 100개의 나무판을 모아놨다가 다시 똑같은 배를 만들었을 때 어느 게 A 선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냐는 물음이다. 개인과 단체의 정체성과 동질성에 대한 질문이다. 정답은 없다. 저마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성형수술로 더 예뻐진 오늘의 나와 성형수술 전인 어제의 나는 같은 인물인지 아닌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여느 조직과 마찬가지로 건설 관련 단체들도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의 주기로 단체장들이 교체되고 있다. 그와 더불어 단체에 소속돼 있는 직원 구성원들도 표면적으로는 변화하고 있다. 길게는 수 십 년간 같은 자리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도 있는 반면 불과 몇 달 만에 교체되는 직원도 있는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신년교례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신련교례회는 단체장이 조직 구성원들을 모아놓고 작년과는 달라지겠다는 방침을 대외적으로 선언하는 자리다. 기관장이나 회장들이 아무리 현란한 수사로 포장한 신년사를 내놓아도 결국 그 행간을 관통하는 건 ‘변화이고 개혁’일 수밖에 없다. ‘나는 작년과 똑같이 이 단체를 이끌 것이오’라고 말하는 단체장들은 이제껏 한명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건설 단체들을 출입하면서 보게 되는 장면은 각 단체장들이 신년사에서 그렇게 외치던 ‘변화의 다짐’이 불과 한 달만 지나도 정작 조직 내에서는 어느새 온데간데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는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회장은 임기가 길어야 3년이지만 직원은 수십 년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회장과 직원의 ‘임기의 비대칭성’이 건설 단체들의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건설 단체들의 ‘변화가 멈춘 흔적’은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작게는 수십 년간 똑같은 보도자료의 형식과 어색한 문장 구조에서 시작해 크게는 단체마다 해결하지 못한 채 장기간 떠안고 있는 주요 현안을 그대로 덮어놓고 가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단체장들이 아무 탈 없이 임기만 무사히 끝내자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고, 그 배경엔 수 십 년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왕 직원’의 의견이 회장의 의사결정에 작용했을 수도 있다. 

 

변화는 힘든 것이다. 특히 올해 정부는 14년 만에 ‘공공기관 혁신계획’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 관련 협·단체들도 변화의 바람을 맞을 수밖에 없다. ‘테세우스의 배’ 사고실험에서 보자면 과거에 교체한 나무판자는 잊어버려야 하는 상황이다. 성형수술 전의 내 모습이 담긴 사진도 불태우는 것이 옳은 선택일 것이다. 이미 변화했고 또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허문수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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