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중 철도시설의 열차 운행 사고… ‘뫼비우스의 띠’ 된 책임공방

지난달 30일 ‘통복터널 전차선 단전사고’, 에스알과 코레일의 반박전

조영관 기자 | 기사입력 2023/01/10 [15:13]

운영 중 철도시설의 열차 운행 사고… ‘뫼비우스의 띠’ 된 책임공방

지난달 30일 ‘통복터널 전차선 단전사고’, 에스알과 코레일의 반박전

조영관 기자 | 입력 : 2023/01/10 [15:13]

언제까지 사고 때마다 원인 두고 책임소재 공방 벌일 건가

건설과 하자·유지보수 관리 기관 일원화하는 방안 검토해야

 

▲ 이종국 에스알(SR) 대표이사가 지난 5일 서울 수서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달 30일 발생한 통복터널 전차선 단전사고에 사과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지난달 30일 발생한 ‘통복터널 전차선 단전사고’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관계기관들의 책임공방을 보고 있자면 ‘뫼비우스의 띠’가 떠오른다. 끊어지지않고 연결돼 있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열차 운행 중단 사고의 원인을 두고 관계기관들의 주장과 반박, 그리고 해명이 서로 맞물리며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문제 해결은커녕 기관 간 감정싸움만 초래할 공산이 크다. 주장에 주장이 더해져 그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번 공방은 사고 원인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설명자료 배포 이후 시작됐다. 통복터널 단전사고 발생 이후 국토부는 지난달 31일 “초동 조사결과 철도공사가 담당(철도공단이 하자보수 위탁)하고 있는 통복 터널 내 하자 보수 공사로 발생한 이물질(부직포)가 전차선에 영향을 주어서 전기 공급이 단절된 것으로 보고 있다”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내놨다. 통복터널 하자보수를 코레일이 지난해 10월 24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시행 중이었는데 그 과정이 사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취지다. 그러면서도 국토부는 “하자 보수공사의 부실 및 사후 확인 여부 등을 조사 중에 있다”고 했다. 

 

국토부 발표 이후 닷새 만인 지난 5일 수서고속철도 운영사인 에스알(SR)은 이례적으로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단전사고에 따른 피해액이 13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종국 대표이사는 이날 수서역 고객접견실에서 직접 설명에 나섰다. 열차 이용 불편에 대한 사과와 피해 호소를 동시에 병행한 것이다.

 

에스알은 이날 발표문에서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불편을 초래한 원인제공자는 아직까지 ‘국민’과 ‘에스알’에게 사과 한마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운행 정상화를 위해 차량 지원과 정비에 적극 협력해 주신 ‘한국철도공사’ 등 협력사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에스알은 보도자료에서 “하자보수공사 과정에 대한 SR 자체 조사결과, 겨울용이 아닌 여름용 접착제를 사용하는 등 부실한 자재사용과 하자보수공사 과정에서 기본조차 확인하지 않는 허술한 관리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자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발끈하고 나섰다. 코레일의 보도자료에는 ‘코레일은 공단과 하자관리 위‧수탁 협약에 따라 하자검사를 실시하고 공단·GS건설에 2019년부터 11차례 하자 통보’ ‘하자보수 공사는 GS건설에서 시행하고 감독업무는 일신이앤씨에서 책임감리’ ‘코레일은 GS건설의 하자보수공사 완료(2023.1.31.) 후 GS건설에서 공사완료 통보 시 완료검사를 시행할 예정이었음’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에스알은 하자보수공사 과정의 허술함을 사고원인으로 제기했는데, 코레일은 자신들의 책임에 대해서는 반박한 것이다. 코레일은 “해당 사고 구간은 국가철도공단이 건설을 완료 후 터널 콘크리트 피복 두께 부족의 하자가 발견됐다”고 했다. 철도공단이 제대로 건설을 했다면 하자 보수도 없었을 것이라는 취지다. 

 

특히 에스알의 발표문에는 ‘불편을 초래한 원인제공자’에 대한 주어가 없는 게 특징이다. 읽는 사람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얘기일 것이다. 에스알 관계자는 ‘원인제공자는 어느 기관을 지칭하는 것이냐’의 본지 물음에 “그걸(통복터널) 만든 철도공단도 유지보수 책임을 맡고 있는 코레일도 서로 우리 영역(책임)이 아니다라고 하는 이 상황, 이것이 불분명한 상황 자체가 유감스럽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에스알이 정말 그런 의도였다면 굳이 ‘원인제공자’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어야 한다. 무엇보다 코레일 입장에서는 에스알이 ‘운행 정상화를 위해 협력해준 한국철도공사에 감사하다’는 발표를 동시에 내놓은 데 대해서는 웃어야 할지 화내야 할지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결국 코레일은 사실상 화내는 입장을 취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9공구 건설을 철도공단에서 발주해서 GS건설이 시공한 것이고, 거기서 하자가 발생해 GS건설이 발주해 하자보수가 진행된 것”이라며 “통복터널 단전사고 원인의 책임은 코레일은 아니라는 입장으로, 국토부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국가철도공단은 통복터널 단전사고와 관련해 “철도시설의 건설 후 코레일과의 위수탁협약에 따라 시설물의 유지보수는 코레일이 하는 게 맞는다”고 했다. 

 

국토부와 에스알, 코레일, 철도공단의 해명과 반박 내용이 서로 맞물리고 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사고 원인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이는 당초 국토부가 사고 직후 ‘원인 추정 발표’를 성급히 내놓으면서 시작된 측면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통복터널 사고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다. 조사결과가 안 나온 것이고, 결과가 나와야 되는 상황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에스알도 추정을 했을 것이고, 코레일의 반박도 추정일 것”이라고 했다. 에스알의 ‘원인제공자’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답변은 에스알에서 하는 것이지 우리가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지난 5일 내놓은 해명자료에서는 “철도공단으로부터 하자보수 관리를 위탁받은 ‘코레일의 허술한 업무수행’과 시공사의 부적절한 터널균열 보수공사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었다. 국토부가 당초부터 사고 원인을 추정한 것인지 내심 확정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는 대목이다. 추정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반대 증거로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국토부에서 시작해 에스알, 코레일, 철도공단으로 이어지는 철도 시설물 열차 운행 사고의 원인 책임 공방과 관련한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야 할 시점이다. 누군가가 이 고리를 가위로 싹뚝 자르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철도 건설과 하자·유지보수 관리 기관을 일원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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