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정변경 원칙과 물가변동배제특약 ‘최초 판결’의 의미

물가상승 시 시공사의 ‘계약수정 권한 인정’한 것으로 해석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2/12/09 [12:12]

[기고] 사정변경 원칙과 물가변동배제특약 ‘최초 판결’의 의미

물가상승 시 시공사의 ‘계약수정 권한 인정’한 것으로 해석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2/12/09 [12:12]

▲ 정녕호 법무법인(유한) 소장  © 매일건설신문

 

최근 모 주택조합의 조합장으로부터 사업을 수행하는 데 고민이 있다는 말과 함께 만나서 상의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조합사업은 원활히 진행되어 시공사 선정도 잘 마무리되었고 착공을 하여 흙막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던 중 갑자기 시공사에서 물가상승을 감당하기 어려워 증액을 요구하였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공사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는 것이다.

 

계약의 내용을 살펴보니 물가변동배제특약조항이 있었고, 보증사로부터 계약이행보증증권도 계약금액의 30%를 받아둔 상태였다. 평시라면 아무런 고민 없이 계약보증금을 몰취하고 다른 시공사를 선정하여 공사를 진행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상황 특히, 공사원가의 상승이 평시와는 달라 고민이 된다는 것이다.

 

조합장께에게는 현재의 상황을 잘 살펴보고 시공사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것과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시공사를 선정하여 사업을 진행할 경우, 비용과 시간에 대한 유·불리를 비교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공사의 요구를 일부수용하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최근 이 건 외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문의를 자주 받고 있다.

 

법리적으로만 본다면 계약의 내용에 물가변동배제특약이 있으면 도급인은 시공사의 요구를 수용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법원도 ‘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판결’ 등으로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공급망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상황이 법원에서 지적한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불이익 발생의 가능성’에서 통상적으로 예견 가능한 수준인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20다254846 판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가 가능한가의 다툼에서 법원은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하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이 가지는 의미는 사정변경 원칙은 법학 이론에서는 매우 중요한 분야이나 이 원칙이 재판실무에서 실제로 적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사정변경 원칙에 기초한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를 실제로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이다.

 

이 판결의 논리를 현재의 상황과 물가변동배제특약에 비추어보면 시공사에게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의 권리가 있고, 부수적 권리로 계약수정의 권한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시공사 입장에서는 현재의 상황이 통상적으로 예견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점이라는 것을 입증할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기초로 발주자와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질의회신을 통해 계약금액의 조정을 인정하지 아니할 상당한 이유가 없다면, 그 부분에 한정하여 도급계약의 내용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통해 당사자 사이의 협상을 권장하고 있다. 나아가 법원에서도 현재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 비록 물가변동배제특약이 있다 하더라도 수급인에게 계약수정의 권한이 있다는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정녕호 법무법인(유한) 정률 건설경영연구소장(건설법무학박사·PMP·중재인·공인원가분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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