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준측량 품셈 개정, 모두 ‘요식행위’였나

국토지리정보원·업계, ‘실사 데이터’ 자가당착 빠져

조영관 기자 | 기사입력 2022/11/29 [09:32]

[기자수첩] 수준측량 품셈 개정, 모두 ‘요식행위’였나

국토지리정보원·업계, ‘실사 데이터’ 자가당착 빠져

조영관 기자 | 입력 : 2022/11/29 [09:32]

▲ 조영관 기자     ©매일건설신문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지리원)이 2년간 진행해온 ‘수준측량 품셈개정’ 작업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측량업계의 반발에 ‘백기’를 든 것이다. 지리원은 28일 2차 공청회에서 “내년에 민·관 합동 현장 실사팀을 구성해 실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지리원의 이번 ‘전면 보류’ 결정으로 그동안의 개정 과정이 사실상 ‘요식행위’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토지리정보원이 이번 ‘수준측량 품셈 개정’에 나선 것은 지난 2019년 수립된 표준품셈 정비계획에 따른 것이다. 모든 측량 분야(측지·수로·지적)의 작업 규정과 품셈이 신기술과 현업의 여건에 부합하도록 정비를 추진한다는 취지다. 지난 2020년 개정된 국가기준점측량 작업규정에 따라 측량 관련 용어의 불일치 항목 정비 등 개선사항의 표준품셈 적용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지리원은 수준측량 품셈 개정 과정에서 2020년 구성된 학계·업계 컨소시엄의 연구사업을 시작으로 산·학·연 전문가 구성 기술위원회에서 품셈 개정 방향과 품셈 개정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논의했다고 한다. 이후 실제 지리원의 수준측량 사업을 하고 있는 12개 측량업체로부터 이번 ‘수준측량 품셈 개정’의 근거 데이터가 된 ‘실사 자료(작업 대장 등)’를 제출받았다. 지리원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실사 데이터’에 대해 “데이터를 제출한 업체들과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 합의가 있었다”면서 “실제 물량, 측량 데이터, 실사 대장 등을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지리원은 실사 자료대로 통계를 내고, 그 결과로 품셈안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2일 1차 공청회에서 품셈이 현행 대비 28% 깎이는 것으로 나타나자 업계는 돌연 ‘실사 데이터’에 의문을 제기했고, 지리원은 업계의 반발에 국가 주요 정책을 보류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리원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의 ‘수준측량 품셈 개정’ 절차가 사실상 ‘요식행위’였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리원은 두 차례 공청회에서 자신들이 내놓은 품셈안의 정당성을 강조해왔다. 결국 내년에 민·관 합동 현장 실사팀을 구성해 실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자신들의 정책 결정을 업계의 반발에 밀려 뒤집는 모습이 됐다. 

 

업계의 모습도 이해할 수 없다. 지리원에 따르면 이번 품셈 개정 각 과정에는 사실상 업계도 참여한 것으로 보이고, 언제든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었을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도 결국 품셈이 28% 깎이는 것으로 나타나자 자신들이 직접 제출한 실사 데이터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지리원에 실제 측량현장 상황과 다른 ‘거짓된 데이터’를 제출했고, 지리원은 이를 모른척하고 받아줬다는 말인가. 아마 품셈이 현행보다 상승했다면 업체는 ‘실사 데이터’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 주요 정책 결정이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될 수도 있나. 지리원의 이번 결정은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됐다.

 

측량품셈을 깎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실제 현장에 맞게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반영을 하면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업계는 2등 수준측량 품셈을 받고 실제 일은 1등 수준측량 수준으로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조사를 거쳐 품셈을 인정해주면 되는 것이다. 이번 품셈 개정 과정에서 지리원과 업계가 보여준 모습을 보면 국가 주요 정책 결정 과정이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될 수도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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