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웃음’은 한 코미디언의 의문사에서 시작되는 미스터리 이야기다. 코미디언 의문사의 유일한 단서는 그가 사망하기 직전 ‘폭소를 터뜨렸다’는 것뿐이다. 이 소설은 웃음을 주제로 하는 범죄 스릴러이자 유머집이고 역사 패러디의 속성을 복합적으로 지닌 독특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 속담에도 있듯 웃으면 복이 오고,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 것이다. ‘웃음’은 인간관계에서 언어와 더불어 몸짓으로 하는 가장 강력한 의사소통 수단일 것이다. 찡그린 얼굴보다는 그 정도가 지나쳐 바보 같다는 얘기를 들을지언정 억지로라도 ‘웃는 얼굴’을 짓는 것이 어디서든 환영받는 방법일 것이다. 웃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웃음치료사’라는 민간자격증도 있다고 한다. 국내의 경우 2004년 한국웃음센터에서 최초로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인체에는 약 620개의 골격근이 있다고 한다. 이중 얼굴에는 전두근, 안륜근(눈둘레근), 권골근(협근), 교근, 구륜근(입둘레근) 등이 있다. 이중 웃을 때 사용되는 근육은 구륜근을 비롯해 안륜균, 대권골근이라고 한다. 구륜근은 입 둘레의 근육으로 입을 닫게 하는 주동근인데, 휘파람이나 촛불을 끌 때 쓰는 입모양을 만든다. 눈둘레근인 안륜근은 눈을 깜박거릴 때 이용하고, 대권골근은 웃는 표정을 만들 때 쓰인다.
기자라는 직업에 따라 숱한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표정을 읽는다. 웃는 낯으로 호감형 인상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 더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그동안 무심코 지나치다가 최근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다. 매일 매일 받는 보도자료에 첨부된 ‘관료들의 웃는 얼굴’ 사진이다.
관료들의 웃음은 ‘퇴직 전’과 ‘퇴직 후’로 구분된다. 특히 국토교통부에서 퇴직한 후 산하 기관 및 협·단체로 재취업한 퇴직 관료들의 웃음은 눈에 띄게 대비된다. 관료 당시에는 웃는 모습을 잘 볼 수 없었거나 그나마 웃더라도 딱딱하고 권위적인 모습이었다면 퇴직 후에는 눈꼬리가 내려가면서 마치 ‘순한 양’처럼 웃는 인상으로 변해있는 것이다. 한 퇴직 관료 출신은 이를 두고 “호랑이 등에 타고 있다가 내려왔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는데, 퇴직 후 산하기관에 재취업한 관료들의 ‘웃음 근육’도 그 자리가 바꿔버린 모양이다. 아니면 퇴직 후에는 어떻게 표정과 웃음을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이 관료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홍제진 부국장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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