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담합 권장’하는 국가철도공단

유찰 방지 위해 입찰 요구, 담합 조장 소지 커

홍제진 기자 | 기사입력 2022/07/28 [15:17]

[데스크에서] ‘담합 권장’하는 국가철도공단

유찰 방지 위해 입찰 요구, 담합 조장 소지 커

홍제진 기자 | 입력 : 2022/07/28 [15:17]

▲ 홍제진 부국장             © 매일건설신문

 

최근 5년간 정치권에서 유행한 ‘신종 사자성어’를 꼽으라면 단연 ‘내로남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마따나 정치인들의 ‘표변’이 국민들의 속을 뒤집어놨다. 그러나 사람이든 조직이든 ‘내로남불’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어제는 옳았다고 생각했던 행동과 말이 오늘은 입장이 바뀌면서 뒤집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그 반대의 상황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내로남불’이라는 용어가 정치권에서만 통용되는 건 아니다.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내로남불’이 활개를 친다. 건설업계에서의 대표적인 ‘내로남불’ 사례라고 하면 단연 ‘담합’이 꼽힐 것이다. 수년 간의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건설사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담합’이 아닌 ‘단합’이었다고 호소한다. 단 한 글자 차이인데도 그 성격은 확연히 달라진다. 전자는 불륜인데 후자는 로맨스다.

 

최근 철도산업계에서 ‘내로남불’이라고 지칭할 만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국가철도공단의 사업 발주 공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철도공단과 업계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촌극이다. 최근 국가철도공단은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사업 3개 공구(5월 입찰 공고)를 시작으로 남부내륙철도 1·9·10 공구,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B노선 재정 구간 4개 공구, 대구산업선 등 대형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사업들을 입찰 공고됐거나 공고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철도 턴키 사업이 갈수록 사업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내로남불’도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한 대형 건설사의 철도 담당 임원은 “사업성이 없는 사업도 많고, 더구나 업체는 그중 그나마 수익이 있는 사업을 골라 철저히 준비하고 입찰에 참여를 해도 수주 확률은 최대 50% 밖에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철도공단이 사업 유찰을 방지한다는 취지로 최소 2개의 사업에 참여하라고 업체들에게 입찰을 독려하고 있다”고 했다. 대형 턴키사업의 특성상 1개의 사업에 건설사가 전력을 쏟아부어도 낙찰을 담보할 수 없다. 그런데 최근 남부내륙철도 등 일부 사업들이 유찰됐고, 국가철도공단은 사업의 속도를 내지 못해 초조한 상황에서 발주 사업에 대한 업체의 단독 입찰로 유찰이 이어지자 건설사들에게 입찰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내로남불’이 읽힌다. 사실상 건설사가 수주 확률도 없는 사업에 입찰한다는 것은 경쟁입찰 구도를 만들기 위해 ‘들러리’를 선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찰을 방지한다는 취지로 철도공단의 요청에 따라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비용과 시간만 버리는 꼴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경쟁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업체간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가철도공단은 건설사들에게 ‘단합’을 요청하는 걸까, ‘담합’을 강요하는 걸까.

 

 

/홍제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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