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시설인 대규모 철도사업에서 정부와 산하 공공기관의 ‘사업 추진 미흡’으로 공사가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총사업비 3,738억원이 투입돼 2025년 10월 개통 예정이었던 ‘대전북연결선 사업’이 중단 상황에 처해있다. 도대체 어쩌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대전북연결선 건설공사’는 열차안전운행 확보를 위해 경부고속철도 5.96km 구간을 선형 개량하는 사업이다. 경부고속 임시선 급곡선부를 고속 운행에 적합하도록 개량함으로써 안전취약개소를 해소하는 것이다. 지난 2004년 경부고속철도 개통 이후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임시선로다. 앞서 국가철도공단은 2020년 7월 ‘경부고속철도 안전취약개소(대전북연결선)’ 건설공사를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발주해 1공구 남광토건, 2공구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이후 지난해 10월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사업은 현재 공사계약 후 사실상 첫삽도 못 뜨고 있는 상태다. 철도공단의 사업 방식을 두고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열차 안전 운행 우려’를 이유로 수정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공단이 선형개량 방식으로 선택한 ‘터널 공사’와 관련해 터널 출입구의 기울기가 심해 열차가 멈춰 섰을 경우 자력으로 빠져나올 수 없어 안전 운행에 문제가 있다는 게 코레일의 판단이다.
하지만 철도공단은 “철도의 건설기준에 관한 규정 등 고속철도 건설기준에 부합되는 기울기를 적용했다”는 입장으로 “기울기에서 KTX차량 고장에 따른 정차 시에도 디젤기관차를 통한 구원 운전이 가능한 것으로 검토되는 등 열차 안전 운행과는 무관한 사항이다”고 일축하고 있다. 코레일은 터널 출입구의 ‘경사면 기울기 해소’와 함께 경부고속철도 KTX 뿐만 아니라, 대전조차장과 서대전역을 공유하는 호남선 KTX 열차의 안전 취약개소 해소를 위해 ‘기존선 선형 개량(대전조차장 진출입 선로)’도 함께 요구하고 나섰다.
열차 운행노선의 사고와 관련해 건설 기관과 운영 기관이 충돌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열차 운행 중 사고가 발생하면 두 기관은 서로 ‘네가 잘했니 못 했니’하며 서로 책임공방을 벌이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미 기본·실시설계가 끝나고 입찰 후 건설사와 공사계약까지 맺은 철도 건설 사업에서 ‘사업 방식’을 두고 충돌하는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사업을 추진하면서 두 기관 간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두 기관을 중재해야 할 국토교통부도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공단에서 설계해서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고 했다. 사실상 책임회피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 시공사들은 현재 ‘철도공단 눈치’만 보며 최악의 경우 사업이 백지화 되는 수순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와 철도공단, 코레일의 3자 대면으로 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할지, 코레일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백지화할지’ 결론을 내야 할 것이다. 준공 후 열차 운행 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그때는 누가 책임질 건가.
/윤경찬 편집국장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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