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기술형입찰 평가는 어쩌다 ‘인기투표’가 됐나국토부, ‘발주청 중심 기술형입찰’ 도입한다는데
“‘기술제안평가’는 사실상 업체에 대한 인기투표 아닙니까.”
대형공사의 입찰방법인 ‘기술형입찰’과 관련해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기자가 입찰 방법의 하나인 적격심사제도의 ‘운칠기삼’식 수주 관행은 문제가 아니냐고 지적하자 대뜸 이렇게 응수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 기관의 한 해 발주사업의 적격심사와 기술제안 사업 비중은 7대 3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기술력보다는 최저가 입찰로 낙찰자를 경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운칠기삼식 입찰제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적격심사’는 사전 사업수행능력평가(PQ)를 통과한 입찰참가자 중 예정가격 이하,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업체의 순서로 적격심사를 실시한 후 낙찰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발주 사업과 관련한 실적을 갖추면 사실상 어느 업체나 입찰 참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누구나 평등하게 입찰’에 참여하면서 기술력과 인력을 보유한 업체는 되레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기술형입찰’은 건설사가 설계와 시공 등 공사 전체를 맡도록 하는 입찰 방식이다. 적격심사 제도가 소규모 공사에 적용된다면 기술형입찰은 대형공사 입찰에서 쓰이는 제도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에 따르면, 계약담당공무원은 상징성‧기념성‧예술성 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거나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 필요한 시설물 공사에 대해서는 ‘실시설계 기술제안입찰’ 또는 ‘기본설계 기술제안입찰’에 의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최근 건설‧교통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에 ‘기술’ 바람이 불고 있다. ‘공정’이나 ‘정의’처럼 어느 조직이나 선점하길 좋아하는 단어들과 마찬가지로 ‘기술 도입‧제고’라는 단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원희룡 장관 취임 후 그 바람이 더욱 거세졌다.
국토부는 최근 발주청의 전적인 책임 하(소속직원 100%)에 심의를 진행하는 ‘발주청 중심 기술형입찰’ 시범사업을 지난달 선정하고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향후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기술형입찰 평가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발주청 중심 기술형입찰’을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발주청에 특화된 전문성과 기술력을 적극 활용하고, 책임성도 대폭 강화해 기술형입찰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국토부는 ‘건설공사 특정공법(신기술)’ 확대 도입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건설 산업계 일각에서는 ‘기술형입찰’ 제도의 ‘평가 공정성’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앞서 기자가 만난 업계 관계자의 ‘인기투표’ 운운하는 대목과 부합하는 것이다. 기술형입찰을 두고 업계가 벌이는 이전투구와 심의위원들에 대한 ‘로비’가 곧 업체들에 대한 인기투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일 것이다. 최근에는 일부 기관의 기술형입찰 사업과 관련해 사정기관이 수사에 들어갔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기술력 제고 의지’는 바람직하지만 어느 제도든 100% 완전무결하고 완벽할 수는 없다. 결국 제도를 만들고 이용하는 사람의 문제다.
/홍제진 부국장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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