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한국인들의 ‘라스트 홈’

영화 속 ‘부동산 버블’, 호러보다 더 무서운 현실

허문수 기자 | 기사입력 2022/07/05 [10:37]

[기자의 시각] 한국인들의 ‘라스트 홈’

영화 속 ‘부동산 버블’, 호러보다 더 무서운 현실

허문수 기자 | 입력 : 2022/07/05 [10:37]

▲ 허문수 부국장           © 매일건설신문

 

“100명 중 한 명만 방주에 올라타는 거야. 나머지는 물 속으로 가라앉는 거지.”

 

오래전에 재미있게 봤던 영화에 나오는 대사다. 2014년에 개봉한 미국 영화 ‘라스트 홈’에서 릭 카버(마이클 섀넌 역)는 이렇게 말했다. 2001~2007년 미국의 ‘부동산 버블’에 따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미국의 부동산 거래의 이면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의 주제도 대담하다. ‘1%에 먹힐 것인가, 99%를 빼앗을 것인가.’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데니스 내쉬(앤드류 가필드 역)는 ‘주택 대출금 연체’로 홈리스로 전락한다. 그런 가운데 냉혈한 부동산 브로커인 릭 카버에 포섭돼 뺏기던 자에서 ‘부동산을 빼앗는 자’로 180도 다른 인생을 시작한다. 데니스는 릭으로부터 ‘부조리한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운다. 하우스푸어들을 괴롭히는 인물로 변신한 주인공의 ‘도덕적 갈등’을 따라가다보면 미국 부동산 시장의 이면을 읽을 수 있다. 

 

갑자기 오래전 봤던 영화를 떠올린 이유는 최근 국내 부동산 시장이 거래 절벽에 빠졌다는 여러 통계가 나오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는 15만598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 건수인 31만5153건의 반토막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시작 이래 같은 기간 기준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주요 연구기관들의 통계도 암울한 전망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건설 부동산 경기전망’에 따르면, 자재가격 상승 부담과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불안감으로 건설 부동산 체감경기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전월 대비 18.7포인트 하락한 64.7을 기록한 것이다.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100을 넘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2020년 3월 60.6에 이어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라고 했다. 

 

물론 최근의 ‘아파트 거래 절벽 통계’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시장에 대거 풀린 유동성을 줄이기 위한 미국의 금리 인상의 여파로, 말 그대로 경제 순환 곡선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다.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사실상 아파트값으로 대변되는 ‘부동산 경기’의 급락은 우리의 미래에 암울한 전망을 드리울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기준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전달 대비 2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아파트는 늘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라스트 홈’에서 데니스 내쉬는 미국 올랜도 전역의 집 1천채를 매매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빅딜을 손에 쥐게 됐지만 결국은 파국으로 끝난다. 당장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해 살던 집에서 쫒겨나는 영화 속 사람들의 모습은 호러보다 더 무서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허문수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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