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질량 에너지 등가의 법칙’에 따르면 필연적으로 에너지와 질량은 동등하며 서로 전환이 가능하다. 그 관계가 유명한 공식인 ‘E=mc2’이다. 가령 우리가 종이에 불을 붙여 태우면 불꽃을 일으키며, 몇 초안에 모두 타버려서 우리 시각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허공계의 에너지로 전환되어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 불교의 반야심경에는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는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필자의 불교에 대한 미천한 지식이지만 색(色)이란 모든 질량을 가지고 있는 물질을 포괄적으로 말하며, 공(空)이란 허공계의 에너지를 말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 물질과 허공계의 에너지가 서로 다르지 않음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필자가 속해있는 공간정보 분야에도 얼마 전부터 이러한 물질계와 허공계를 연계하려는 시도를 계속 추진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현실 세계를 디지털로 옮겨놓는 ‘디지털트윈’과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적, 경제적 활동이 가능한 3차원 가상의 공간을 구축하는 ‘메타버스’이다.
최근 공간정보 분야의 최첨단 기술로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트윈과 메타버스가 결국 부처님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물리학적 이론이 부처님의 설법을 증명한 것과 같이 현대인이 디지털트윈과 메타버스를 통해 색즉시공의 이론을 실현하고 있는 것인지 아이러니하다.
얼마전 윤석열 정부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모두가 소중한 과제이긴 하지만, 그 중 필자의 눈에 띄는 과제는 ‘국토공간의 효율적 성장전략 지원’과 ‘민관 협력을 통한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 실현’ 이다.
새 정부는 ‘국토공간의 효율적 성장’을 위해 고정밀 전자지도, 3차원 입체지도 구축 등을 통해 디지털트윈을 조기 완성하여, 교통, 환경, 방재 등 도시문제 해결에 활용하고, 부산과 세종을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를 완성하고 강소형 스마트시티를 추가 조성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 실현’을 위해 민관의 역량을 결집하여 국가‧사회 디지털 혁신의 근간인 AI․데이터‧클라우드 등 핵심기반을 강화하고, 메타버스‧디지털플랫폼 등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국토공간의 효율적 활용과 디지털 산업 혁신을 위해 디지털트윈의 완성과 메타버스․디지털플랫폼의 구축은 매우 중요한 인프라이며, 이를 위해 정부의 의지와 함께 이에 대한 세부 전략과 R&D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공공과 산업계가 힘을 합쳐 탄탄한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된다면 더욱 희망적인 청사진이 그려질 것이다.
공간정보 산업 현장은 한국국토정보공사(LX)와 공간정보산업진흥원과 같은 공공기관과 5,600여 기업이 사업을 추진 중이며, 최근 국회 주최로 개최된 ‘디지털 대전환 토론회’에서 업계 측이 공간정보 분야를 리딩할 수 있는 대기업의 참여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장에 대기업의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으로, LX와 같은 공공기관이 시범사업과 선투자를 통해 정부의 역할을 측면 지원하는 것이 매우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LX는 2018년부터 전주시를 시작으로 공공분야에서 디지털트윈 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여 디지털트윈 표준모델을 15개 지자체에 적용하고 있으며, 지자체 시범사업으로 도출된 행정 서비스 모델을 ‘LX플랫폼’을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LX 공간정보연구원에서는 그간 120여억 원의 공사 자체예산을 투입하여 127개 대학, 기업 등과 함께 ‘디지털플랫폼 R&D’를 수행하는 산학협력R&D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AI빅데이터분석센터’를 신설하여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책결정을 지원하고 산학연 거버넌스 강화에 힘쓰고 있다.
이렇듯 LX는 공공기관으로서 새 정부에서 국토공간의 효율적 성장을 위해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들에 대한 꾸준한 준비를 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LX공사법도 유지경성(有志竟成)의 자세로 대응하며, 민간, 정부, 지자체 등 여러 파트너들과 함께 공간정보 산업의 빅 텐트를 기대해 본다.
손종영 LX공간정보연구원 원장
ⓒ 매일건설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칼럼은 외부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