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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설현장의 안전 관리 책임이 너무 복잡하다

조재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미래전략실 책임연구원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2/05/09 [10:13]

[기고] 건설현장의 안전 관리 책임이 너무 복잡하다

조재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미래전략실 책임연구원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2/05/09 [10:13]

▲ 조재용 연구원             © 매일건설신문

 

건설 산업의 산업재해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던 가운데 2016년 구의역 사망사고와 2018년 태안 화력 발전소 사망사고를 계기로 사업장 내 비정규직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2021년 중대산업재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지고, 2022년부터 시행되게 되었다. 이 법의 특이한 점은 처벌 대상이 현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와 비슷한 건설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일본 사례를 살펴보자. 우리나라 건설업 사망자 만인율은 2020년 기준 2.0을 기록하고 있는 데 비해, 일본은 건설업 사망자 만인율이 1995년에 1.5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2020년 기준 0.52까지 감소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이 수많은 별도의 안전관리자를 두고, 다양한 사람을 처벌 대상으로 두고 있을까. 대답은 그렇지 않다.

 

일본 건설 산업의 안전은 일반적인 ‘사내관리’에서 출발한다. 사업주(경영자)는 자신의 사업장(오피스, 작업장, 공장 등)에서 자신의 근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산업 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안전 권한을 부여한 총괄안전위생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며, 이를 게을리 했을 경우에 50만 엔의 벌금 대상이 된다. 일본 노동안전위생법에서 사업주(경영자)와 관련된 항목은 이것 하나이며, 산업 재해가 발생했을 때에는 사내의 총괄안전위생관리자에게 책임이 집중된다.

 

그러나 건설 현장은 다른 산업과는 다소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로 하나의 사업장(건설현장)에 자사의 근로자만 작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건설회사로부터의 근로자들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경우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 재해를 한 건설회사의 사업주가 사내에 선임한 총괄안전위생관리자에게 관리하고 책임지라는 것은 옳지 않는 일이다. 일본 노동안전위생법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가지는 건설업과 조선업은 혼재작업이 발생하는 산업으로 지정하고, 사내의 총괄안전위생관리자 외에 현장 원도급자 가운데 한 개 회사를 특정원도급사업자로 지정하여, 현장 내 소속 회사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 및 일반인의 안전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는 ‘총괄관리’를 적용한다. 특정원도급사업자는 다시 현장에서 모든 안전 권한과 책임을 지는 총괄안전위생책임자를 선임해야 하는데 노동안전위생법에서는 현장에서 가장 높은 지휘 권한을 가지고 있을 것을 요구하므로, 보통 현장소장이 총괄안전위생책임자로 선임된다.

 

일본 건설현장에서는 3차 하도급사 근로자에게 산업 재해가 발생한 경우 총괄안전위생책임자인 현장소장이 1순위로 형사책임 대상이 되며, 이는 면책될 수 없다. 이하 원도급사의 다른 안전관리자나 2차, 3차 하도급사의 안전위생책임자(현장소장)들은 사고가 발생한 작업에 대해 사고원인이 될 수 있는 잘못된 지시를 내렸는지, 제대로 안전관리를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문제가 있었다면 형사책임 대상이 되지만, 주어진 기준을 지켰다면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즉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원도급자의 현장소장뿐이다.

 

“권한이 있는 곳에 책임이 있어야 하고, 책임이란 나누면 나눌수록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40년간 건설 산업 구조와 제도 연구를 해온 교토대학의 교수는 강의 중에 이렇게 강조한 적이 있다. 우리는 건설 안전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 대답이 너무나 복잡해지고 있다.

 

건설현장의 특성을 무시한 채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책임을 각종 안전관리자에게만 떠넘기거나, 원‧하도급자의 사업주에게 직접 부여하는 것은 건설 현장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판단이며, 원도급자의 존재 의미 그리고 원도급자의 현장소장의 존재 의미를 퇴색하게 할 수 있다. 건설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여 사내와 현장을 구분한 안전 책임 구조 재정립 검토가 필요하다.

 

 

조재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미래전략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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