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채 변호사의 하도급법판례 이야기] <53>

직상수급인의 수급사업자의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의무

변완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5/08 [04:21]

[정종채 변호사의 하도급법판례 이야기] <53>

직상수급인의 수급사업자의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의무

변완영 기자 | 입력 : 2022/05/08 [04:21]

▲ 정종채 변호사     ©매일건설신문

A. 전문건설회사를 운영 중인데 어떤 공사에서 소위 십장이라는 무면허 건설업자에게 하도급을 주었다. 우리 회사는 그 업체에게 약정된 모든 공사비를 지급했는데 그 회사가 우리 현장에서 일한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야반도주를 했다고 하면서 근로자들이 우리 회사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Q. 원사업자가 면허가 있는 건설업자에게 하도급을 준 경우에는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는 등 귀책사유가 없다면 수급사업자의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의무가 없지만, 무면허 건설업자에게 재하도급을 준 경우에는 그 재하도급업체의 근로자에 대한 임금을 자신의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연대하여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하도급업체에게 이미 재하도급대금을 지급했다 하더라도 그 재하도급업체가 해당 공사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책임져야 한다. 귀사는 면허없는 업체에게 하도급을 준 것이므로 귀사가 하도급대금을 다 지급했다 하더라도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하도급업체의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수급인이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 직상수급인의 귀책사유가 있을 때에만 직상수급인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지만(근로기준법 제44조), 건설산업기본법상 면허가 없는 사업자에게 하도급을 준 경우에는 직상수급자의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하수급인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의 벌금에 처해진다(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다만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소위 ‘반의사불법죄’이다(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 직상수급인은 하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한 임금채무를 연대하여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에, 직상수급인이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한 경우 사용자인 하수급인에게 구상할 수 있다. 당연히 구상권 채권으로 하수급인에게 지급할 하도급대금 채권에서 상계할 수 있다.

 

한편, 직상수급인의 하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직접지급 의무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① 직상수급인이 하수급인을 대신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임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다는 뜻과 그 지급방법 및 절차에 관하여 직상 수급인과 하수급인이 합의한 경우, ② 확정된 지급명령, 하수급인의 근로자에게 하수급인에 대하여 임금채권이 있음을 증명하는 집행증서, 화정된 이행권고결정,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집행권원이 있는 경우, ③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 대하여 지급하여야 할 임금채무가 있음을 직상 수급인에게 알려주고, 직상 수급인이 파산 등의 사유로 하수급인이 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명백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이다(근로기준법 제44조의3). 하도급법 제14조의 발주자가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하는 규정에 대응하는 근로기준법 조항이다. 한편,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에게 그 하수급인에 대한 집행권원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는 하수급인이 지급하여야 하는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원수급인(발주자의 직접 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원수급인은 근로자가 자신에 대하여 민법상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금액의 범위에서 이에 따라야 한다(근로기준법 제44조의3 제2항). 직상 수급인 또는 원수급인이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한 경우에는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 대금 채무는 그 범위에서 소멸한 것으로 본다(근로기준법 제44조의3 제3항).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제109조(이하 ‘처벌조항’이라고 한다)는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규정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이를 위반한 직상 수급인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자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추상적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취지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적용을 받는 직상 수급인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 경우와 달리 자신에게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하수급인의 임금 미지급으로 말미암아 위와 같은 책임을 부담하고,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는 경우에는 함께 책임을 면하게 된다. 이와 같은 처벌조항의 입법 취지와 문언 등에 비추어 보면,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지고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면,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또는 하수급인에게 대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8도9012 판결).

 

동 사건은 건설면허가 없는 재하수급인이 위 골조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15명에 대한 임금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대하여 직상수급인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기소된 건인데, 원심에서 무죄로 선고한 것을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에게 도급금액을 전부 지급하여 이행이 끝난 상황에서까지 연대의무를 부과하려는 취지라고 해석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하수급인에게 지급해야 할 도급금액이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처럼 우리 법원은 건설면허가 없는 자에게 재하도급을 준 직상수급인에게 거의 예없이 그리고 매우 엄격하게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에 대한 연대책임을 묻고 있다. 

 

다만, 하수급인의 근로자들에 대하여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게 된다 하더라도 직상수급인이 하수급인의 근로자들에 대한 사용자는 아니다. 그래서 근로자들이 직상수급인을 상대로 임금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주장할 수 없고 나아가 직상수급인의 책임 범위 역시 재하도급대금 상당액에 한정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그래서 대법원은 “직상수급인과 하수급인의 근로자 사이에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그 직상수급인은 하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계약의 당사자로서 임금채무를 1차적으로 부담하는 사업주인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인바, 직상수급인 소유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절차에서 하수급인의 근로자들이 직상수급인 소유의 재산을 사용자의 총재산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에 대하여 임금 우선변제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9. 2. 5. 선고 97다48388 판결). 

 

그렇기 때문에 직상수급인에 대한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하수급인 근로자의 직상수급인에 대한 임금채권은, 설사 그것이 하수급인에 대하여는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범위라 해도, 공익채권이 아니라 회생채권에 불과하다.

 

 

정종채(법무법인 정박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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