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채 변호사의 하도급법판례 이야기]㊹

하도급법상 과실상계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2/01/03 [10:06]

[정종채 변호사의 하도급법판례 이야기]㊹

하도급법상 과실상계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2/01/03 [10:06]

귀책사유 있는 수급사업자…시정조치, 고발 또는 벌칙적용

 

▲ 정종채 변호사     ©매일건설신문

A. 전문건설회사를 경영하면서 최근 한 원사업자로부터 불공정하도급행위를 당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였더니 공정위 담당자가 원사업자가 잘못 한 것은 맞지만 우리도 과실이 있으니 원사업자 처벌을 할 때 과실상계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갑질 당한 것도 억울한데 우리 과실이 있어 상대방을 용서해 준다는 이야기 같은데 하도급법상 과실상계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Q. 하도급법 제33조는 하도급법위반에 따라 시정조치, 고발 또는 벌칙 적용시 수급사업자의 책임을 고려할 수 있다는 과실상계 조항을 두고 있는데 이는 손해배상금액 산정에서 과실상계를 규정한 민법조항과는 성격이 다르다.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수급사업자 귀책을 고려하지 않은 공정위의 과징금부과처분 등에 대하여는 과실상계 조항의 적용이 없다.

 

일반적으로 과실상계는 민법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적용되는 법리이다. 민법 제396조는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민법 제763조에 의하여 불법행위 책임에도 준용되고 있다. 하도급법 제33조는 과실상계라는 표제 아래 “원사업자의 이 법 위반에 관하여 수급사업자의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이 법에 따른 시정조치, 고발 또는 벌칙 적용을 할 때 이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하여, 손해배상책임이 아니라 행정제재나 형사처벌에 반영하는 법리로 규정하였다.

 

원사업자의 법위반에 대하여 수급사업자의 책임이 있는 경우 시정조치, 고발 또는 벌칙 적용에 있어 고려할 수 있다. 공정위는 경제적 약자인 수급사업자를 보호하고 하도급거래의 공정한 질서 확보라는 법 취지상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 명백하거나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입증되는 과실에 대하여만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실무에서는 과실상계 사유가 인정되면 시정조치 및 고발하지 않는다.

 

하도급공정화지침은 다음과 같이 수급사업자에게 책임있는 경우에는 시정조치에 있어 참작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지침 II. 6). 즉, ① 하도급대금에 관한 분쟁이 있어 의견이 일치된 부분의 대금에 대하여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거나 공탁한 경우, ②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선급금에 대한 정당한 보증을 요구하였으나, 이에 응하지 않거나 지연되어 선급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지연 지급하는 경우, ③ 목적물을 납품․인도한 후 원사업자가 정당하게 수급사업자에게 요구한 하자보증의무 등을 수급사업자가 이행하지 않아 그 범위 내에서 대금지급이 지연된 경우, ④ 목적물의 시공․제조과정에서 부실시공 등 수급사업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사유가 있음이 명백하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입증되어 수급사업자의 귀책부분에 대하여 하도급대금을 공제 또는 지연 지급하는 경우(예:재판의 결과 또는 수급사업자 스스로의 인정 등으로 확인된 경우) 등이다. 그런데 만약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나 고발요청을 함에 있어 수급사업자의 책임 또는 과실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그 행정처분이나 고발요청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는가?

 

먼저, 시정조치와 관련하여는 하도급공정화지침에 수급사업자의 귀책을 고려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이를 위반하는 경우 행정의 자기구속의 법리 위반 등으로 재량의 일탈․남용이 될 수 있다고 이론적으로 주장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급명령이 무력화되고 있고 다른 유형의 시정조치는 단지 금지의무를 확인하는 수준이어서 실제 이러한 문제가 쟁점이 될 가능성은 없다. 공정위의 고발조치의 경우에도 취소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소송이 아닐 뿐 아니라 이후 검사의 수사 및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이 뒤따르는 것이어서 별도의 불복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고발조치를 결정함에 있어 수급사업자의 과실 여부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적절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이를 가지고 위법인지 여부를 판단할 실익은 없다.

 

오히려 쟁점은 공정위가 과징금부과처분을 함에 있어 수급사업자의 귀책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재량의 일탈․남용을 구성하는지 여부이다. 물론 과징금산정시에 수급사업자의 책임 또는 과실이 원사업자의 위법이나 책임성 평가에 필요한 요소이므로 비례원칙상 당연히 고려되어야 할 요소이다. 서울고등법원은 과징금부과처분의 위법성 판단에서 수급사업자의 과실 여부를 고려하여 재량의 일탈․남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하도급법 제33조 과실상계 조항에서 ‘시정조치와 고발 또는 벌칙’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고 ‘과징금부과처분’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과징금 부과 뿐 아니라 면제가 감경에 대해서도 엄격해석원칙이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과실상계 규정을 과징금부과처분에도 유추적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본다.

 

 

 정종채(법무법인 정박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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