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국가철도공단의 ‘경부선 터널경보장치 개량 제조구매’ 사업 논란을 두고 관계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낙찰사의 물품납품 실적증명서를 발행해줬다는 철도기술연구원은 “납품실적에 대해서는 인정해준 적이 없다”고 하는데, 국가철도공단과 낙찰사는 “정당하게 철도연구원으로부터 증명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기자는 이달 초부터 이 문제를 취재했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의문이 든 것은 국가철도공단과 낙찰사가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질문)은 애써 외면한 채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낙찰사의 물품납품 실적증명서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업체는 지난 16일 국민신문고까지 총 3회에 걸쳐 민원을 제기했다. 앞서 두 번은 공단에 제기한 것이었는데, 공문을 통해 제기한 첫 번째 민원은 이틀 후 취하했다.
국가철도공단 측은 당초 기자의 취재 과정에서 ‘정당한 계약’이라는 취지로 “물품 납품 실적증명서 사본을 제시하겠다”고 해명했지만, 이틀 후 돌연 “납품실적증명서는 내부 비밀자료인 만큼 공개할 수 없다”고 하기도 했다. 업체가 민원을 자진 취하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눈치였다.
이후 두 번째 제기된 민원에 대해서 국가철도공단은 내부 감사를 진행했고, 지난 14일 ‘발급기관(철도기술연구원)에 진위여부를 확인한 결과 발급기관에서 발급한 실적증명서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민원제기 업체에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작 기자의 취재 과정에서 낙찰사에 납품실적 증명서를 발행한 것으로 지목된 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펄쩍 뛰었다. 그러면서 기자에게는 “누가 그런 말을 했느냐”며 “내가 그런 (납품증명을 해줬다는) 엄청난 모함을 받았다면 대응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했다. 철도기술연구원은 연구기관이지 물품을 납품받는 기관이 아니라는 취지다. 공동으로 연구과제를 수행했다는 ‘과제수행실적’에 대해서만 확인을 해줬다는 것이다.
입찰 의혹을 제기한 업체는 “당초 민원 제기 내용을 너무 안이하게 한 것 같다”면서 “세 번째 민원 내용을 촘촘하게 보강했다”고 한다. 민원 취지에 대해 철도공단이 교묘한 답변으로 빠져나갔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당초 철도기술연구원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낙찰사가 제출한 실적증명서에 대한 ‘실적 인정 논란’은 과연 ‘연구과제에 대한 물품을 납품실적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에 답이 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낙찰사가 제출한 실적증명서의 물품은 철도기술연구원과 연구개발한 시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철도공단과 낙찰사는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애써 모른 척 하는 것인지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은 안보고 딴 곳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민원을 제기한 업체는 20일 고발장을 제출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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