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물 밖으로 나온 ‘국내 물산업’

김동훈 기자 | 기사입력 2021/04/02 [09:04]

[기자수첩] 우물 밖으로 나온 ‘국내 물산업’

김동훈 기자 | 입력 : 2021/04/02 [09:04]

“펌프는 A사 제품, 파이프는 B사 제품, 필터는 C사 제품 등 입주기업의 기술력을 한데 모아 통합형 정수처리장치를 개발했고, 이를 가지고 말레이시아에 시범사범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최인종 국가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협의회장은 이것을 두고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의 ‘정신’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대구 국가산업단지 내 위치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찾았다. 이곳은 국내 물산업 진흥을 위해 연구개발(R&D), 기술검증, 실적확보, 국내사업화, 해외진출 등 전 주기를 지원하는 곳이다. 외곽의 집적단지까지 포함하면 현재 100여개의 기업들이 들어와 있다. 

 

기업들이 직접 실증실험을 할 수 있는 하·폐수 실증플랜트가 클러스터의 핵심 시설이다. 먹는물, 바이러스 등 물 관련 8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최신 시범분석 장비 179종 329대 또한 연구실에 갖춰져 있다. 남부럽지 않은 국내 물 관련 최고 인프라 시설이다.

 

클러스터의 궁극적인 목표는 물기업들의 해외진출이다. 최근 발표한 환경부의 물산업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전체 물산업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각각 4.0%, 4.7%, 4.8%, 4.5%, 3.9%에 그쳤다. 5%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국 시장 보호, 범용적인 기술력 부족 등 여러 가지 외부 요인이 있겠지만 공공의존성이 높다는 물산업의 태생적 한계가 가장 큰 이유다. 실제 국내 물산업 시장의 80% 이상은 공공주도형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때문에 기업의 단독적인 노력만으로 해외진출은 분명 한계가 있다. 특히 국내 물기업은 10인 미만의 사업장의 절반이 넘을 정도로 영세한 기업이 대다수다. 최인종 회장도 이와 비슷한 말을 꺼냈다. 그는 “국내 물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재 공공주도형 산업에서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산업구조 자체가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산의) ‘집중포화’가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훌륭하게 잘 갖춰진 인프라 위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덮어져야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집중포화’의 첫 타깃은 한국물기술인증원으로 설정돼야 한다. 국내 물산업이 해외 시장에 수월하게 안착하기 위해서는 국내 인증 수준이 국제적 수준으로까지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물기술인증원은 밸브, 파이프. 펌프, 물탱크, 수도꼭지, 정수기 등의 위생안전기준 인증(KC인증)을 수행하는 환경부 산하 전문 인증기관이다.  

 

그러나 인증원의 현재 인력은 29명으로 해외 시장은 고사하고 전국의 수도 자재를 맡기에도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인증원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물산업진흥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만큼 인력 확충에 대한 환경부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클러스터의 보모로서 한국환경공단의 역할도 중요하다. 공단은 클러스터의 운영기관으로 현재 70여명의 공단 직원들이 대구에 내려와 근무하고 있다. 입주기업들의 애로사항과 니즈를 청취하기 위해 귀를 활짝 열어야 함은 물론 특히 순환보직으로 인해 현장과 소통이 단절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여기 이제 막 우물 밖을 나온 개구리 한 마리가 있다. 낯선 환경이 무섭기도 하지만 용기를 내서 조금씩 주위를 살피고 있는 듯 하다. 이 어린 개구리가 야생에 적응할 수 있도록 누군가는 뒤를 살피고 길을 안내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가물산업클러스터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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