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고덕국제신도시에 위치한 평택에코센터를 찾았다. 이곳은 국내 최대 환경복합시설로 평택시와 안성시의 모든 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이다. 작년 한 해 동안 생활폐기물은 8만3000여톤, 음식물류 폐기물은 5만3000톤을 반입해 전량 처리했다.
이곳에는 쓰레기와 함께 재활용품도 반입된다. 지난 1년간 이곳으로 들어온 재활용품은 3만2000톤으로 하루로 계산해보면 약 85톤에 달한다. 회수되지 않고 버려지는 재활용품까지 생각한다면 우리가 평상시에 얼마나 많은 재활용품을 쓰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회수되는 재활용품의 수거 효율을 높이기 위해 환경부가 칼을 빼 들었다. 첫번째 목표는 페트병이다.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등에 관한 지침’ 개정 시행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아파트에서는 페트병 상표를 제거해 배출해야 하고 유색 페트병은 아예 따로 분리해야 한다. 투명페트병을 많이 확보해 고품질 재생페트 원료 생산에 박차를 가한다는 목표다.
시작 의도는 좋았지만 실행 과정에서 잡음이 흘러나왔다. 접착력이 강해 상표를 떼기 어렵다는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계속됐다. 생산자가 해야 할 일을 소비자에게 환경을 무기 삼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래서 환경부는 아예 상표가 없는 투명페트병을 만들기로 했다. 농심, 동원에프엔비, 로터스, 롯데칠성음료, 산수음료, 스파클,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코카콜라음료, 풀무원샘물, 하이트진로음료(이상 가나다순) 등 10개 먹는샘물 제조사는 올 상반기 내로 상표띠 없는 투명페트병을 출시하고, 올해까지 전체 2만톤 이상의 투명페트병을 생산키로 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제품을 내놓으면서 약속을 지키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이달부터 무라벨 ‘석수’를 공급하기로 했고 농심은 오는 5월부터 무라벨 ‘백산수’를, 제주삼다수는 오는 6월부터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부터 무라벨 ‘아이시스’를, 코카콜라음료는 지난 1월부터 무라벨 ‘씨그램’을 출시해 왔다.
환경부는 상표띠 없는 투명페트병 생산이 확대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갈 방침이다. 상표띠 없는 투명페트병은 재활용 용이성 평가에서 ‘재활용 최우수’ 등급이 부여되며 생산자책임재활용 분담금을 최대 50%까지 경감받을 수 있다.
소비자의 반응은 당연히 좋다. 직접 제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 것은 물론 간단한 생수를 사면서 그린슈머(Greensumer, 환경에 도움 되는 제품의 구매를 지향하는 소비자)가 되는 기분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환경 선진국인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이미 십여 년 전에 무라벨 생수를 판매하고 있다. 또한 생수를 넘어 음료에 무라벨 방식을 확대 적용하기는 아직 쉽지 않다. 생수는 전부 하얀 물이라 오해의 소지가 적지만, 음료 색은 워낙 다양해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유럽이나 일본에서도 대부분의 음료에는 여전히 라벨이 붙어있다. 한 페트병 생산업체 대표는 “업계 사람으로서 투명한 페트병에 담긴 생수가 나온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제품이 무라벨로 가야하고, 무라벨이 마치 궁극적인 목표인 마냥 흘러가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무라벨 생수와 친환경 라벨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기존 상표를 유지하는 기업들도 물론 있다.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방법으로 기업들을 무라벨 정책에 끌어들일 순 없다. 그러나 환경 문제 만큼은 정부와 기업, 국민이 뭉쳐야 정책 효과가 극대화된다. 지금보다 많은 기업들이 무라벨, 친환경 정책에 동참하길 기대한다.
/김동훈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