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내 공간정보산업의 ‘붉은 깃발법’

공간정보 후퇴 우려되는 ‘한국국토정보공사법안 논란’

조영관 기자 | 기사입력 2021/02/18 [15:59]

[기자수첩] 국내 공간정보산업의 ‘붉은 깃발법’

공간정보 후퇴 우려되는 ‘한국국토정보공사법안 논란’

조영관 기자 | 입력 : 2021/02/18 [15:59]

▲ 조영관 기자   © 매일건설신문

최근 발의된 ‘한국국토정보공사(LX)법안’의 논란을 보고 있자면 ‘자동차가 마차보다 빨라서는 안 된다’는 19세기 영국의 ‘붉은 깃발법(마차 보호 법안)’이 떠오른다. 

 

당시 영국은 마차(馬車) 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붉은 깃발법을 제정하고 자동차의 최고속도를 시속 3km(도심)로 제한했다. 마차가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 자동차는 그 뒤를 따라가도록 한 것이다. 마차업자들의 항의에 따라 기존 마차 사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었지만, 이로 인해 영국은 세계 최초로 자동차 산업을 시작했음에도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1865년 영국에서 제정돼 약 30년간 시행된 붉은 깃발법은 세계 최초의 도로교통법인 반면 시대착오적 규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국국토정보공사법안’은 기존 공간정보 3법 가운데 하나인 국가공간정보기본법에서 규정한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사항 7개 조문을 대부분 그대로 분리한 것이다. 이에 더해 자금조달 등에 대한 조항이 추가된 게 핵심이다. 따라서 LX공사 차원에서는 현재 지적측량사업과 지적재조사사업 등 국토교통부 위탁사업이 수익금의 대부분인 상황에서 탈피해 향후 정부 출연금(보조금)을 통해 사업 확장 등 조직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의 대표발의로 발의되자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의 입법예고 등록의견에는 현재까지 800여개의 반대 댓글이 달렸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듯 ‘일사불란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댓글의 대부분은 한국국토정보공사법안의 제6조의 사업 관련 내용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법안에서 6조의 내용은 기존 국가공간정보기본법에 있던 내용을 대부분 그대로 떼어낸 수준이다. 거기에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으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이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또한 제10조 보조금 조항에서 ‘국가는 예산의 범위에서 공사의 사업 수행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된 점이 핵심이다. 일각에선 한국국토정보공사법을 통해 국내 공간정보산업의 전체 파이 또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기자가 만난 공간정보 전문가들은 LX공사법안에 대해 “현재로서는 법안에 반대 소지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반면 “법안 발의 전 관계기관과의 충분한 협의가 없었던 점은 아쉽다” “LX가 정체성을 바꾸겠다면,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 정체성의 재설정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한국국토정보공사법안 논란을 보면 영국이 19세기 ‘붉은 깃발법’으로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뒤처진 것처럼, 국내 공간정보산업 역시 후퇴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든다. 올해는 정부의 한국판 뉴딜 기조 속 디지털 뉴딜 관련해 공간정보산업이 그나마 시장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시기다. 국토교통부와 LX는 이런 분위기에서 한국국토정보공사법안을 통한 ‘공간정보 대표 공공기관(공기업)’ 출범으로 국내 공간정보 산업의 위상 제고를 시도했을 것이다. 

 

국회 의원입법시스템의 한국국토정보공사법안에는 심지어 ‘전체주의 포퓰리즘 법안’ ‘부정선거로 당선된 가짜 의원 법안은 원천 무효’라는 주장의 댓글도 보였다.  

 

한국국토정보공사법안은 19세기 영국처럼 ‘마차(馬車)만 즐비’한 국내 공간정보시장에 ‘자동차’를 도입하는 격이 아닐까. 20세기 초까지 마차가 주요 교통수단 역할을 했던 서양에서는 자동차 도입으로 ‘말똥 공해’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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