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대여 자체, 건산법 위반 및 민·형사 처벌
Q: 전문건설면허를 가지고 있는데 요즘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인해 건설면허를 빌려달라는 유혹에 넘어갔다, 그런데 면허를 대여해 주면 어떤 책임을 지는 궁금하다. 또한 건설면허를 대여받은 자가 만일 대금지급하지 않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가?
A: 결론적으로 건설면허 대여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그리고 명의를 대여해 준 자는 명의를 빌린 자의 민사 채무에 대하여도 상법상 명의대여자 책임으로 책임을 질 수 있다. 다만 하도급 관계는 실질을 기준으로 하므로 원칙적으로 명의를 대여받은 사람의 하도급법 위반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우선 건산법 위반에 대하여 살펴본다. 건설업계에서는 건설업자의 명의와 면허를 대여 받아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다. 터널공사의 원수급사업자가 건설업면허가 없는 개인에게 일괄하도급을 준 후에 그 개인이 원수급사업자의 이사 또는 현장소장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였거나 묵인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건설업자는 다른 자에게 자기의 성명이나 상호를 사용해 건설공사를 수급 또는 시공하게 하거나 그 건설업등록증 또는 건설업등록수첩을 대여 및 알선하지 못한다(건산법 제21조). 건설업면허 대여금지를 위반하는 경우 건설업자는 건설업 등록이 말소되며(건산법 제83조 제5호), 건설업면허를 대여한 자와 대여받은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건산법 제96조 제4호).
다음으로 명의대여자가 명의차용자의 계약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는지 본다. 건설업면허 대여계약 자체는 무효이지만(대법원 1988. 12. 27. 선고 86다카2452 판결), 이를 통해 체결된 건설하도급계약 등이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명의대여의 법리에 따라 해석된다. 특히 명의차용자가 명의대여자의 명의로 제3자와 하도급계약 등을 체결한 경우 누가 계약상 책임을 지는지 문제된다.
계약을 체결한 행위자와 계약체결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대로 행위자 또는 명의자가 계약당사자가 되지만, 일치하지 않는다면 계약의 성질, 내용, 목적, 체결경위 등 계약체결 전후의 구체적인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계약상대방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를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다31990 판결).
명의대여자가 계약당사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명의대여자는 상법 제24조(명의대여자의 책임)에 의해 자신을 계약상대방으로 오인하여 계약을 체결한 자에 대하여 명의차용자와 연대하여 계약상 책임을 부담한다. 하지만 상법의 규정은 명의자를 영업주로 오인하여 거래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거래 상대방이 명의대여 사실을 알았거나 모른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명의대여자는 책임지지 않는다(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다18309 판결).
나아가 건설업면허를 대여한 자는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하여 건설업을 할 것을 허락한 것이고 건설업에서는 공정에 따라 하도급거래를 수반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명의차용자에게 자신의 명의로 하도급거래를 하는 것도 허락하였다 볼 수 있다. 명의대여자를 영업의 주체로 오인한 수급사업자에 대하여도 하도급계약상의 책임을 지며 나아가 명의자를 대리 또는 대행한 자가 체결한 하도급계약에 대해서도 책임을 진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다46555 판결). 다만 명의대여자의 책임은 명의차용자의 행위에 대해서만 한정되고 명의차용자의 피용자가 한 행위에 대하여는 미치지 않는다.
또한 명의대여자가 명의차용자의 하도급법 위반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지 본다. 건설위탁이란 건산법에 의한 건설업자 등이 그 업에 따른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건설업자에게 위탁하는 것이므로(법 제2조 제9항), 면허가 없는 자에게 하도급법적용이 가능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상 건설면허가 없는) 명의차용자에게는 하도급법이 적용될 여지가 거의 없다. 제조하도급에서는 건설하도급과 같이 면허를 요하는 것은 아니어서 위와 같이 무면허 업체가 제조하도급을 위탁하는 경우에는 제조하도급이 성립한다.
그렇다면 명의대여자에게 원사업자로서 하도급법상의 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 문제된다. 하도급법과 같은 경쟁법은 경제적 실질을 기준으로 적용해야 한다, 명의대여자 책임은 도를 넘어서는 차용자의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보아야한다. 따라서 명의대여자를 하도급법상 원사업자나 수급사업자로 보아 하도급법을 적용할 수는 없다.
정종채 변호사(하도급법학회장, 법무법인 에스엔 조세/공정거래 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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