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다. 직원 호봉 산정과 인사직제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는 공간정보품질관리원 임직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공간정보품질관리원은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으로부터 ‘공공측량 성과심사’ 업무를 위탁 수행하고 있다. 성과심사는 기존 공간정보산업협회에서 수행하던 업무였는데, 공간정보 사업자들이 회원사로 구성된 이익단체인 협회에서 회원사들의 측량 성과에 대한 적정성 판단을 협회가 하고 있다는 이른바 ‘셀프 심사’ 논란으로 지난해 업무가 분리됐다.
공공측량은 국가나 지자체 등이 수행하는 공공과 안전을 위한 측량이고, 성과심사는 공공측량성과와 자료의 정확도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만큼 ‘국토 관리’의 밑그림이 되는 공공측량의 품질 제고를 위해서는 국내 유일 성과심사 기관인 공간정보품질관리원과 직원들의 역할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설립 후 1년도 안 된 조직에서 불거지고 있는 문제를 보고 있노라면, 관리원 차원에서 해결을 못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 ‘의사결정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 관리원의 최고의사결정권자인 원장을 비롯해 임원을 시작으로 이사회, 나아가 관리원을 지휘‧감독하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 의문은 국가공간정보산업을 총괄하는 국토부 국토정보정책관실까지로 확대된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측량성과 심사수탁기관의 심사업무 및 지정절차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국토지리정보원장은 심사업무의 처리에 대해 심사수탁기관을 지휘·감독한다. 관리원의 내홍과 관련해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심사업무를 통해 관리원을 감독할 수 있지만, 불거진 문제들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홍의 단초가 된 호봉 산정과 인사직제 문제를 세세하게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선언한 가운데 국토의 밑그림이 되는 공간정보산업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공간정보 품질 제고의 최전선인 관리원 내부 문제는 곧 국가공간정보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공공측량 성과심사기관의 업무 위탁기간은 5년이다. 즉 공간정보품질관리원의 내부 문제가 곪고 곪다가 제대로된 심사업무를 저해하는 지경까지 이른다면 극단적인 경우 국토부와 국토지리정보원은 공간정보품질관리원으로부터 공공측량 성과심사업무를 박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그에 따른 책임론은 공간정보품질관리원 임원진과 국토지리정보원장을 시작으로 국토부까지 확대될 것이다.
무엇보다 공간정보품질관리원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향후 조직과 역할의 확대 가능성이 농후한 조직이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관리원 차원에서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연구과제와 방안을 개발하라는 주문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능력을 갖춘다면 향후 공공기관 지정‧전환까지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간정보품질관리원 임직원들이 심사업무 이외의 인사직제와 호봉 산정에 대해 협회 시절의 향수를 갖고 협회 때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곤란하다.
지금의 공간정보품질관리원 임직원들은 공간정보산업협회에서 성과심사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이었다. 수십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공공측량 성과심사의 연속성을 감안해 공간정보품질관리원으로 고용승계된 것이다. 사실상 이미 한번의 기회를 받은 것인데, 원장은 물론 임직원들 차원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의 의미를 곱씹어야할 때가 아닐까.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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