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채 변호사의 하도급법 판례 이야기] ⑨

중소기업, 하도급 제재 시 규모차이 인정…책임수위조절

변완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7/27 [10:20]

[정종채 변호사의 하도급법 판례 이야기] ⑨

중소기업, 하도급 제재 시 규모차이 인정…책임수위조절

변완영 기자 | 입력 : 2020/07/27 [10:20]

 중소기업도 ‘하도급법’ 적용 대상…과징금 부과 시 원·수급자간 고려

 

▲ 정종채 변호사  © 매일건설신문

Q: 관급공사를 수주해 일부 공사를 다른 중소기업에게 하도급을 주었다. 그런데 그 하도급사업자가 원사업자로 하도급법을 위반했다며 불공정하도급거래로 공정위에 신고한다고 한다.  하도급법은 대기업만 적용받는 것 아닌가? 중소기업도 하도급법 책임을 져야 하나?


A: 중소기업도 하도급법상 원사업자에 해당하므로 책임 져야 한다.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수급사업자보다 규모가 조금이라도 크다면 원사업자가 된다는 하도급법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하도급법이 본질적으로 경제적 강자와 약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로 보아 중소기업인 원사업자, 특히 수급사업자에 비해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원사업자에 대한 과징금부과처분 등 제재수준을 정할 때 이를 반영해야 하고 대기업처럼 과징금부과처분을 하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래서 책임을 지지만 대기업보다는 여러 가지 면에서 고려된다.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하도급법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으로 ▲원사업자 요건(대기업 또는 수급사업자보다 규모가 큰 중소기업) ▲수급사업자 요건(원칙적으로 중소기업, 예외적으로 대금지급조항과 관련해 중견기업도 수급사업자와 동일하게 보호) ▲하도급거래 요건(제조·수리·건설·용역위탁의 성립)이 충족돼야 한다.


원사업자만 하도급법 의무와 책임을 지는데, 원사업자는 중소기업자가 아닌 사업자가 대부분이겠지만 중소기업자라 하더라도 직전 사업연도의 ‘연간매출액’이 수급사업자보다 많은 경우라면 원사업자에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그것도 수급사업자보다 그리 경제적으로 우월하지도 않고 대등한 경우, 심지어는 규모만 클 뿐 내실이 부실한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까지 엄정한 하도급법상 의무와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왠지 부당하다. 그러나 원사업자가 반드시 수급사업자에 비하여 우월한 지위에 있어야 하거나 또는 양자 간의 경제적 격차가 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법위반은 인정하되 그 죄책이나 책임성의 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다르다. 실질적 형평과 정의의 측면에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의 경제적 격차나 전속적인 거래관계 등으로 원사업자가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경우, 특히 그 격차가 큰 경우에는 제재수준을 정함에 고려해 엄히 제재해야 한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런 취지에서 “원사업자보다 열위에 있는 사업자에 대하여만 하도급법을 적용하는 것은 법률의 해석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다만 “원사업자가 실질적으로 더 우월한 지위에 있는 수급사업자와 거래하는 경우에는 하도급법의 적용에 따른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여부 및 과징금 액수를 결정함에 있어 그와 같은 사정을 참작할 수는 있다”고 판시하였다.


반대로, 이 사안처럼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의 규모격차가 크지 않거나, 우월한 지위에 있지 않을 경우 좀 더 엄격한 기준에 따른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설사 위법하다고 결론이 나더라도 시정명령이나 과징금부과처분, 심지어 형사처벌의 여부나 정도에 있어서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즉, 가볍게 제재하거나 경고만 하고 제재를 거의 하지 않는 것이 옳을 것이다.


서울고등법원도 이 같은 취지로 “법의 제정 취지를 고려해 원사업자가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경우 과징금 산정시 위반행위의 내용과 정도를 고려할 때 이러한 점을 참작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이런 법리를 기초로 중소기업으로 수급사업자와 큰 경제적 차이가 없고 거래 비중 등에 비추어 거래상 지위에 있다고 보이지 않는 원사업자가 미지급한 대금과 지연이자 등을 과징금부과처분 이전에 모두 상환하였기 때문에 과징금부과처분이 경제적 이득 박탈의 요소는 없고 단지 장래 법위반을 일방적으로 예방하려는 요소만 존재하게 된다며 과징금부과처분을 비례원칙에 위반한다고 보아 취소판결을 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14. 5. 15. 선고 2013누3872 판결).

 

 

 

정종채 변호사(하도급법학회장, 법무법인 에스엔 조세/공정거래 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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