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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정종채 변호사의 하도급법 판례 이야기]⑦
하도급대금, ‘대물변제 합의서’에 도장 찍어도 무효
변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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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6/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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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의사에 반하는 대물변제’만 위법  vs 개정 하도급법, 모든 ‘대물변제’는 위법

 

▲ 정종채 변호사  © 매일건설신문

Q: 乙전문건설사는 지난해 甲 종합건설사가 시공하는 A 아파트의 하도급 골조공사(대금 20억)를 잘 마무리했다. 그런데 갑이 아파트 분양이 잘 안됐다면서 하도급대금 중에 25%에 해당하는 5억 원을 공사한 미분양아파트 한 채로 준다한다.  갑은 아들이 대주주인 시행사가 A 아파트 시행했고 갑은 그 시공사니까, 원사업자의 특수 관계자가 분양하는 아파트를 공사비 명목으로 받아서 하도급 대금으로 준다고 주장한다. 

 

을은 당장 현금이 필요하기에 5억원 아파트를 매매해도 실거래는 4억 원 정도 밖에 못 받지만, 그동안 십 여년의 거래관계도 있고 해서 하는 수 없이 을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수락했다. 즉  대물변제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미분양이라 쉽사리 매매도 안 되고.

 

A: 갑 종합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은 있지만 결론 말하면, 아무리 합의하고 도장을 찍었더라도 하도급법상으로는 이건의 대물변제합의서는 효력이 없다. 따라서 현금으로 하도급대금 전부를 요구하면 된다.


그래도 갑이 계속 대물변제를 하겠다고 하면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하면 된다. 그러면 갑은 시정명령과 과징금부과처분,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갑과 오랫동안 같이 일했으니, 법으로 신고하기 이전에 회사 사정을 잘 설명하고 원만하게 하도급대금을 현금으로 지급받는 시도를 먼저 하는 것이 좋다. 

 

법률적 이유를 설명하자면, 하도급법 제17조 제1항에 따라 부도, 회생절차개시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하도급대금을 물품(아파트 등 부동산 포함)으로 주는 행위는 금지된다.  즉, ‘부당대물변제금지’라고 한다.

 

현행 하도급법에 의하면, 수급사업자가 동의를 하든, 원사업자와 합의로 하든, 대물변제는 원사업자의 부도나 회생절차개시 등의 사유가 없으면 하도급법 위반이다. 심지어 수급사업자가 대물변제를 해 달라고 해도 원사업자는 대물변제를 하면 안된다.  ​원사업자가 이 규정을 위반하면, 시정조치명령이나 하도급대금의 2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과징금부과처분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형사처벌(하도급 대금 2배 상당의 벌금)까지 가능하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중대한 하도급법 위반의 경우 공정위가 형사고발을 하고 있고 검찰 역시도 적극적으로 수사 및 기소를 하고 있다.

 

다만, 이전 법률에 의하면,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반한’ 대물변제만 금지됐다.  즉, 수급사업자가 동의하였거나 원사업자와 합의하였다면 대물변제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공정위는 대물변제가 수급사업자의 자발적 동의나 합의로 보지 않았다. 반면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적자치(계약자유의 원칙)에 근거해 ‘자발적인 합의’를 가급적 존중하는 입장이다.

 

그러자 공정위는 2017년 해당조항을 현재와 같이 수급사업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대물변제를 금지하도록 변경한 것이다. 결국 원사업자는 하도급대금을 현물이 아닌 현금, 어음(어음대체결제수단)등으로 지급해야한다.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 제17조는 ‘의사에 반하여’ 하도급대금을 물품으로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바, 제정취지가 “하도급거래에 있어서 원사업자의 부당한 행위를 억제하고 수급사업자의 열위(열위)적 지위를 보완해 상호보완적인 협조관계에서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려는 데 있다.

 

따라서 열위적 지위에 있는 수급사업자가 원하지 않음에도 원사업자의 의사에 따라 하도급대금을 물품으로 지급하는 것에 동의 또는 승낙하는 경우에는 ‘의사에 반하여’지급한 것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그 경우 무효 또는 취소할 수 있는 정도의 강박에 의한 것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당초부터 하도급대금을 물품으로 지급하는 것을 전제로 해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사적자치의 원칙상 금지되는 것은 아니고, 이러한 경우까지 하도급대금을 약정한 물품으로 지급하는 것이 ‘원사업자의 부당한 대물변제’에 해당해 금지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정종채 변호사(하도급법학회장, 법무법인 에스엔 조세/공정거래 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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