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제성장 못지않게 ‘내부 불균형’이 문제

대내외적 불균형… 내부안정성 제고 주력해야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18/11/12 [09:12]

[기고] 경제성장 못지않게 ‘내부 불균형’이 문제

대내외적 불균형… 내부안정성 제고 주력해야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18/11/12 [09:12]
▲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

국내 경제 향방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반짝’ 3%대 성장률을 회복하면서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올 들어 경제실적은 거듭해서 실망감을 안겨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을 두 차례에 걸쳐 하향 조정하면서 결국 2.7%로 낮추었다. 내년에도 한국은행은 2.7%를 예상하고 있지만, 국내 대다수 민간연구기관들은 2.5~2.6%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나아가 내후년인 2020년에도 경기가 회복될 수 있을지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우리 경제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가운데 이제 ‘고령화사회’(65세 인구비중 7% 이상)를 넘어서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비중 14% 이상)로 접어들었다.

 

이는 곧 인구나 노동력 측면에서 경제성장을 지탱할 동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경제의 중기 성장잠재력에 대한 눈높이도 계속해서 하향조정되고 있다. 그 결과, 2020년대에는 2%대 성장률도 기약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고 꼭 문제는 아니다. 경제의 발전과정상 경제가 성숙해질수록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지금 타국의 희생을 대가로 독주하고 있는 미국 경제조차 정작 잠재성장률은 2%를 넘지 못한다. 게다가 지금은 연준의 금리인상 등 글로벌 차원의 통화정책 정상화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도 큰 상황 아닌가.

 

중요한 것은 경제의 안정성 혹은 지속 가능성이다. 과연 우리 경제가 지금처럼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까.

 

여기서 쟁점으로 부각되는 문제는 경제적 불균형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대외 불균형이다. 통상적으로 대외 불균형이라고 하면 경상수지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GDP 대비 4%가 넘는 경상수지 흑자를 누리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그보다는 자본유입의 불안정성이 문제다.

 

특히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대규모 외자유출로 심각한 위기에 빠진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4,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또 단기외채비율 축소, 국가신인도 향상 등으로 인해 외환부문의 건전성이 상당히 양호해 졌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는 이제 여느 신흥시장과 차별화 되고 있는 모습이다.

 

두 번째 문제는 대내 불균형이다. 사실 최근 우리 경제의 취약점으로 부각되는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이러한 대내 불균형도 일단 두 가지로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먼저, 실물 부문의 불균형이다. 특히 국내 경제성장률이 1980년대 평균 8%대에서 2010년대에는 3%대로 떨어졌지만,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3%포인트 내외에서 비교적 안정적이다.

 

성장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서 80%까지 상승했다. 이를 두고, 그나마 수출이 버텨 주면서 우리 경제의 급속한 하강을 억제해 왔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수출 제조업을 지탱하느라 소비나 서비스 등 다른 부문이 망가지고 그 결과 전체 성장력이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자원배분의 왜곡이 극심한 셈이다.

 

다음으로 금융 불균형도 문제다. 수출 성과에 힘입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소득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여 왔지만, 임금이나 가계소득은 뒷전으로 밀려왔다. 그 탓에 내수 기반이 제대로 서지 못하고, 내수 확충이나 소득 보전은 다른 수단에 의존해야만 했다.

 

가계부채가 그것인데, 이를 통해 소득 부진에 따른 소비 여력의 저하를 메우는 한편 부동산 가격 부양을 통한 자산효과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 부진과 부동산 가격 상승 및 가계부채 누증의 악순환이 우리 경제의 고질병 혹은 취약고리로 자리 잡게 된 연유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성장 동학은 과거와 사뭇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수치상의 성장률이나 수출 실적보다는 내부의 안정성 제고에 보다 역점을 맞춰야 할 때다.

 

 

장보형 (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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